46년 전 오늘 우리 결혼을 했습니다. 그날, 결혼식 날 아침에는 보통 출근 때처럼 숙소에서 혼자서 시청 앞까지 버스를 타고 나왔습니다. 75년 3월 28일 당시에는 자가용이 거의 볼 수 없었던 시기였으니까요. 백남 빌딩 지하에 있는 이발관에서 머리를 다듬고, 난생처음으로 머리에 기름까지 바르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식장이 있는 정동교회 별관 젠센 기념관까지 걸어갔습니다. 결혼을 한답시고 요란을 떨 수도 없었던 모두들 어려운 시절이었답니다. 청첩장은 주문 인쇄를 하는 대신 아내가 직접 손 글씨로
만들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돌렸습니다. 식장만 지인의 소개로 꽃 장식 전문가가꽃으로
제법 그럴듯하게 분위기를 띄웠답니다. 식 후에는 호텔 뷔페 대신 하객들에게 기념관 뜰에서 후배들이 준비해준 케이크를 자른 후간단한 다과만 대접하였답니다. 참가한 하객들은 모두 다 인상에 남을만한 멋진 결혼식이었다고 칭찬해 주었답니다. 기념관에 청소비로 지불한 몇 푼 외에는전혀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던 초 간편 초 절약결혼식이었습니다.
벌써 46년이 흘렀네요. 어제는 오락가락하는 봄 비를 맞으며 여주에 내려갔습니다. 은퇴 후 농사를 지으시며 전원생활을 하시는 선배 집에 들렀다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결혼기념일 축하와 더불어 축복 기도까지 받았네요. 4년 후 50년 차 금혼식 때는 드레서와 턱시도를 정식으로 갖추어 입고 저희들이 초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