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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Mar 29. 2021

우리 결혼했습니다

우리 결혼했다

46년 전 오늘 우리 결혼을 했습니다.
그날, 결혼식 날 아침에는 보통 출근 때처럼 숙소에서 혼자서 시청 앞까지 버스를 타고 나왔습니다.
75년 3월 28일 당시에는 자가용이 거의 볼 수 없었던 시기였으니까요.
백남 빌딩 지하에 있는 이발관에서 머리를 다듬고, 난생처음으로 머리에 기름까지 바르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식장이 있는 정동교회 별관 젠센 기념관까지 걸어갔습니다.
결혼을 한답시고 요란을 떨 수도 없었던  모두들 어려운 시절이었답니다.
청첩장은 주문 인쇄를 하는  대신 아내가 직접 손 글씨로

만들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돌렸습니다.
식장만 지인의 소개로 꽃 장식 전문가가 꽃으로

제법 그럴듯하게 분위기 띄웠답니다.
식 후에는 호텔 뷔페 대신 하객들에게 기념관 뜰에서 후배들이 준비해준 케이크를 자른 후 간단한 다과만 대접하였답니다.
참가한 하객들은 모두 다 인상에 남을만한 멋진 결혼식이었다고 칭찬해 주었답니다.
기념관에 청소비로 지불한 몇 푼 외에는 전혀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던 초 간편 초 절약 결혼식이었습니다.

벌써 46년이 흘렀네요.
어제는 오락가락하는 봄 비를 맞으며  여주에 내려갔습니다.  은퇴 후 농사를 지으시며 전원생활을 하시는 선배 집에 들렀다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결혼기념일 축하와 더불어 축복 기도까지 받았네요.
4년 후 50년 차 금혼식 때는 드레서와 턱시도를 정식으로 갖추어 입고 저희들이  초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3,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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