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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l 18. 2021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내는 딸 부잣집 여섯 딸 중 넷째다.

먼 곳에 살던 막내가 회갑 여행겸 오랜만에 귀국하여 처가 자매들이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아름답고 요란스럽기도 했던 인생의 봄, 여름날들은 어느덧 멀리 사라지고 모두 다 인생의 가을로 접어들어가 있다. 이제는 영락없는 노계 (?)들의 모습이다.

요란한 여편네들 웃음소리에 남정네들은 뒷전에 밀려 방청객에 불과한 존재로 타락해 버렸다.


그런데 이번 여행길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평소 나들이 길에 간단한 물건을 구입할 때

아내더러 돈 내라고 하면

"난, 큰돈 밖에 없는데."

라면서 꽁무니를 뺀다.

한 번은 큰돈을 지불해야 할 때가 있어 당신이 내라고 하였더니 이번에는

"난, 잔돈 밖에 없는데"

라면서 다시 꽁무니를 내렸다.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고  지갑 속에 큰돈 잔 돈 모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돈을 내라고 하였더니 이번에는

"난, 새돈 밖에 없는데,,,,,,,

  아까워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길에 새로운 사실 하나 발견했다. 자기들끼리는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돈을 지불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서로가 먼저 내겠다고 야단들이다.

마음속으로

 "놀고들 있네"

그러면서 깨달은 진실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였다.

나는 40년 동안 이 사실도 모르고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만 했다.  지금까지 헛살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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