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by 김 경덕

오리

영어로 오리는 "Duck"이다.

Duck 때문에 창피를 당한 일이 있어

옛날 일을 한번 더듬어 보려고 한다.

1977년 처음으로 여권을 발급받았다.

이때 이름 마지막 자인 '덕'을 영문으로 가장 발음이 비슷한 'Duck'으로 표기하였다.


관여했던 해외공사 입찰 한건이 동남아에서 낙찰이 되었다. 공사 착공 전 계약과 사전 지사 설치를 위한 선발대로 현지에 단신으로 들어갔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전무하고 영어 회화마저도 아주 어눌할 때였다.

당시에는 외화 송금이 상당히 까탈스러웠다.

먼저 현지에서 계좌를 개설하려고 은행에 갔다.

계좌 개설 목적에 공사대금 수령용이라고 적었더니 금방 은행 G/manager(지점장)이 직접 나와서 자기 방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잠깐 차를 나눈 후 계좌를 개설하는 신청서를 작성하며 이름을 적는 칸에 'K. Duck Kim이라고 무심코 내 이름을 적어 넣었다.

신청서를 한참 동안 들어다 보고 있던

지점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조금 심각하게 물어 왔다.

"Is this your nickname?"

"No, that is my real name."

누가 이 이름을 지어주었느냐?

Duck라고 이름을 붙인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한국에서도 오리를 'duck'이라고 발음하는가?


"What's wrong with my name?"


한참 만에야 왜 지점장이 내 이름을 두고 왜 그렇게 자세히 물어보는지 자초지종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영어권에서는 어떤 사람이 약간 어눌한 소리를 하거나 바보스러운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을 조롱하며 'Duck'같다고 하면서 오리 시늉을 낸다고 하였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꽥 꽥 오리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상대방에게 상당히 모욕감을

주는 조롱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이름 속에 'duck'이란

단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전에 나 스스로 오리라고 자청했으니 더 이상 말할게 뭐가 있겠는가?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Korean으로 '德(덕)'의 실제 뜻은

'Virtue'라고 서툴게나마 설명을 하고 다음 여권을 만들 때 이름을 바꾸겠다고 다짐한 후에야

그 자리를 겨우 모면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당시는 단수 여권 시대라 그다음 여권을 신청할 때 'Duck'을 'Duk'로 개명을 할 수 있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전 일어난 웃지 못할 창피한 해프닝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의미 없는 'Duk' 보다는 'Duck' 즉 오리가 나에게 더 맞는 이름 같기도 하다. 늙어가며 하는 짓거리가 자꾸만 뒤뚱거리는

오리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얼음 위에 앉아 쉬고 있는 그림 속 오리를 보니

마치 지금의 내 모습 같다. 저 청둥오리를 따라 날이 풀리면 시베리아로 다시 훨훨 날아가고 싶다.

다시 "Duck"이 되어.....


20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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