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을 기리며

by 김 경덕

오늘이 장모님 기일인 것 같다.

지난 메모지가 수첩에 끼어 있어 옮겨본다.


비둘기 우는 밤

-장모님 영전에-


날이 풀리면

함께

봄나들이하시자더니

물안개 피는 이른 새벽에

혼자서 하늘 나들이 떠나셨네

해마다 봄이 오면

국화분 속에

멍든 가슴 숨겨놓고

고향땅 그리워하시더니

올 해는 삼베옷 입고

고향으로 내려가네

보낸 자식들

안쓰러워

이 걱정 저 걱정

홀로 다 안으시고

밤마다 비둘기

속 울음 토하시더니

오늘은 비둘기 되어

하늘나라로 날아가네

쌓인 정 맺힌 한

남은 자식들 어이 헤아리오 마는

못난 자식들 마른 눈물 받으시고

편히 가소서 편히 가소서

부디 하늘나라 선녀 되소서

1991년 3월 14일


힘들고 바쁜 시절 주말, 양평 서종면 명달리에 있는 친구 집에 머물다가 장모님 운명 소식을 들었다.

서둘러 새벽에 빈소로 달려갔다.

양수리를 지날 때 북 한강에서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를 바라보다 장모님과의 지난 추억에 그만 목이 메어 버렸다.


어느 해 양력 초하룻 날 처가에 세배하러 갔다. 몰래 숨겨놓은 귀한 술을 억지를 피워 몇 잔 얻어 마시고 들뜬 기분에 장모님에게 노래 한 가락을 청했다.

평소에는 하도 조용한 인품 이시어 노래하고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분이시었

나는 사위 6명 중 네 번째로 후 순위다.

사위 중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장모님 노래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넷째 사위 나 혼자만 들었다.

-비둘기가 우던 그 밤에

눈보라가 치던 그 밤에

어린 몸 둘 곳 없어

낯선 거리 헤매네,,,,,,,


오랜 객지 생활 후에 결혼하였건만 그만 넷째 사위가 되어 버렸다. 순위가 밀려 장모님 사랑은 살갑게 받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때만 되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맞아주던 장모님의 온화한 모습이 자꾸만 떠 오른다.

위의 추모시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딸이 장지에서 낭독을 하였다.


2022, 3, 14

이 군자란은 장모님이 결혼 후 처음으로

우리 집을 방문하셨을 때 직접 가꾸시던

분을 들고 오신 것이다.

47년째 키우고 있다. 지금 이 분은 아마

4대째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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