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역

by 김 경덕

경화역

무르익은 봄기운이 새벽잠을 설치게 하며 어서 일어나라고 나를 괴롭힌다.

완강하게 정오까지 버티다 결국은 봄바람에 굴복하고 말았다.

초년병 시절 진해에서 만났던 순이의 얼굴도 분이의 얼굴도 갑자기 보고 싶어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준비하고 오후 두 시에 혼자서 집을 나섰다.

구마 도로를 타고 내려가 단숨에 마산을 지나 마창대교 위에 올라서니 봄 바다가 수줍은 듯 물안개 속에 얼굴을 반쯤 감추고 나를 반겨준다.

장복터널을 빠져나가니 길가는 물론 온 산이 만개한 벚꽃 천지다.

어둠이 깔리고 있는 경화역으로 바로 내려가니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북적되고 있었다.

68년 초 여름 훈련을 끝낸 동료들이 이 역을 통해 포항으로 월남으로 또는 김포로 그 고된 해병대 졸병 시집살이를 하려 떠났는데....

지금은 선로는 폐쇄되고 옛 역사는 상징물로만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이곳에 벚나무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역사 주변 선로변을 따라 나란히 들어서 있다.

그래서인지 옛 진해 벚꽃의 명소인 여좌천 보다 더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실은 꽃구경보다는 흘러간 세월의 무상함이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돌이켜 보니 벌써 반세기, 5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어느 퇴역 장국의 명언을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50년 전 발자취를 이곳저곳 두루 찾아다니며 더듬어 보았다.

"노병은 사라져 갈 뿐이다."


2022, 4, 2

4년 전 메모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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