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오며 많은 사랑을 받은 김 남조 시인이 있다. 시인은 기독교적인 정신세계를 밑바탕에 깔고 많은 시를 남겼다.
여류 시인답게 정제된 시를 통해 심화된 신앙의 경지를 우리들에게 잘 보여 주었다.
아직도 생존해 계신다.
1927년 생이시니까 올해로 95수 이시다. 며칠 전 이 시인의 최근작으로 "시계"라는 시를 읽었다.
여기에 옮겨본다.
시계
-김 남조-
그대의 나이가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을 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이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소망이 무엇이냐고 하는 질문에
사랑, 재물, 장수라고 대답했다고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속물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미약한 존재고 결코 성인이 아니다. 단지 성인 흉내만 낼뿐이다.
시인처럼 기독교인 심연 가운데서
절제와 인고를 배우고 자아를 성찰해
나갈 때 비로소 솔직한 고백이 가능하다.
솔직한 고백은 용기다.
시계가 다시 내게 묻는다
오늘 그대의 소망이 무엇이냐고?
아직도 솔직히 고백할 용기가 부족하다.
2022,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