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는 연근해 어종이다. 사철 내내 횟집이나 식탁에서 자주 맛보게 되는 도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살색이 희고 육질이 연하여 생선에 대한 호 불호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겨 찾는 어종이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질이 적어 비만을 걱정하는 중년층이나 수술 후 환자 회복용으로 많이 찾는 생선이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도미 종은 참돔, 감성돔, 황돔(옥돔), 주종이지만 청돔, 붉돔도 철과 지역에 따라 제법 올라온다고 한다.
돌돔, 자리돔, 벵에돔은 목이 다르다.
금년 새해 첫 아침을 전 가족이 함께 제주도에서 보냈다. 미리 연말연시 휴가를 계획한 아들 딸 부부와 손주들을 따라 제주도로 내려갔다.
제주도에는 우리의 영원한 세프가 한 명 있다.
이 세프가 태어나기 전세프의 부친이 젊은 시절인 60년대에 브라질 이민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 아쉬움이 남아서였는지 세프의 부모님은 은퇴 후에 브라질행 대신 제주도행을 택했다. 이 가족이 십 년 전에 제주도에 내려와 서귀포 보목항 인근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우리의 세프는 선배 교우의 하나뿐인 이 집 아들이다.
요리 솜씨와 해박한 요리 재료 지식은 이미 아마추어 경지를 벗어나 있다. 세프는 우리가 제주에 내려갈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장도 함께 가서 신선한 재료도 구입하고 요리도 함께 한다. 아니 가르쳐준다.
제주도의 왠 만큼 큰 생선시장의 상인들이 이 친구의 얼굴을 알아본다.
생선 장수가 오히려 이 친구에게 특이한 생선의 이름이나 조리 방법을 물어본다.
세프는 요리나 수산, 생선에 관련된 공부를 한 적이 전혀 없다.원래 전공은 건축학이지만 전공보다는 외국어에 더 능통하고정치, 문화, 역사 다방면에 박식하다. 영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므로 제주에서 해외 사업 관련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다.
요리는 단순 취미일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친구로부터 돔 요리 풀 코스를 전수받으며 우리 가족이 돔 요리 풀 코스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월 2일은 인근에 서는 장이 표선장 밖에 없었다. 표선은 제주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면 소재지라 점심 후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구경삼아 들어가 보았다. 장 보러 온 손님이 별로 없어 풍물장터가 너무나 썰렁해 보였다. 수산물 판매동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어 조그마하게 열어놓은 문으로 고개를 들이 밀고 들어다 보았다. 불과 서너 집만 전을 펼쳐놓고 있었는데 생선가게 주인들이 모두들 하품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한 가게에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선도가 좋은 농어 한 마리 뒤로 민어가 세 마리, 도미가 두 마리 나란히 누워 있었다. 모두 다 2kg 이상 나가는 대자 횟감용이었다.
우리가 들어가니 눈을 빤짝이며 반기는 눈길을 우리에게 보내준다.
오늘 아침에 바다에서 건져온 녀석들이란다.
그중에서도 인물이 훤한 4kg 정도 되어 보이는 큰 자연산 도미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모습이 출중해 바로 바라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세프와 눈 맞춤이 몇 번 오고 간 후 이 녀석으로 낙점을 했다.
전혀 흥정할 필요 없는 5만 원이란다. 바로 Call 하고 마음 변하기 전에 현금으로 얼른 계산을 했다.
비늘만 치게 한 후 통째로 선적하여 집으로 고이 모셔 왔다.
우리 세프의 도미요리 코스가드디어 빛을 밝힐 기회가 찾아왔다.
재료가 좋으니 세프의 눈도 번쩍인다.
해체 작업에 바로 들어갔다.
내장을 제거한 후 포를 뜬 후 등살은 껍질채로, 뱃살은 껍질을 제거한 후에 각각 횟감 재료로 숙성에 들어갔다.
마른 다시마 여러 장을 펼쳐 놓고 정종으로 가볍게 씻은 후 포를 떠 놓은 살코기 아래위를 감싸주고 숙성을 시켰다.
다음은 아가미 부분은 지느러미를 제거하지 않고 뼈째 손질하여 굵은소금만 살짝 뿌려 두었다.
이것은 조림용이다.
머리 부분은 가운데를 이등분한 후역시 소금 간을 하여 구이용으로 따로 준비해 놓았다.
생선을 사랑하는 나는 곁에서 쳐다만 보아도 배가 불러왔다. 흥분을 감추느라고 가슴이 계속 뜀박질하였다.
두어 시간 숙성한 횟감을 부위별로썰기에 들어갔다. 뱃살은 비스듬히 엇 썰기(히기즈 꾸리)하고, 다시마 숙성한 부위는 곤부 시에즈 꾸리로 썰고, 등 껍질이 있는 부위는 뜨거운 물에 살짝 익힌 후 다시 얼음물에 목욕을 시킨 후
유비츠쿠리로 썰어서 세 가지로 구분하여 화려하게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은 아가미살 부분 조림이다. 소금간만 해놓은 것을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소주만 한 병 붇고서는 그냥 은근한 불에 서서히 졸였다.
양조간장이 조금 들어갔었나?
머리 부분은 구이용이다.
소금간이 밴 머리를 그대로 석쇠에 올려놓고 200'C 정도의 그릴에서 타지 않게 서서히 구웠다.
어두일미, 맛은 여기서 논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지리, 마늘 같은 별다른
양념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시원한 이 맛을 어느 생선 지리탕에 견줄 수가 있을까. 직접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감을 잡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