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전

by 김 경덕

토끼 전


올해 2023년은 癸卯년 토끼 해다.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의 행동거지를

보고서는 곧장 동물에 비유하기를 즐겨한다.

식탐을 부리면 꿀돼지 같고

힘을 잘 쓰면 황소 같다고 한다.

머리가 나쁘면 새 대가리 라고 하고

행동이 느리면 굼벵이라고 한다.

잔꾀를 잘 부리면 여우 같다고 하고

노래를 잘하면 꾀꼬리 같다고 한다.

미련하면 곰,

싸움질 잘하면 불도그,

기회주의자는 미꾸라지,

눈치 잘 보면 새앙쥐,

음흉하면 뱀 같다고 한다.


그러면 토끼는 어디에 해당이 될까?

착하고 이쁘고 귀엽거나 재롱을 잘 떠는 손주를 보면 흔히 할머니들이

"아이고, 토끼 같은 내 새끼!"

라고 말 한다.

동물 비유 중 가장 밝은 면에 속한다.


토끼는 육식 동물의 먹이사슬 중

최 하위에 속하는 서류다.

그래서인지 번식력이 무척 강해서 쥐처럼 년 중 열 번 정도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시골 초등학교 시절 토끼 당번이라는

임무가 있었다. 도시 학교 출신에게는 아주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당번이 되는 날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귀가를 하지 못한다.

학교에 남아서 토끼가 좋아하는 풀을

뜯어 토끼장에 넣어 주어야 한다.

토끼 당번이 된 어느 날 풀을 뜯어 토끼장에 넣어 주려고 하다 보니 구석진 곳에 토끼 한 마리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아 놓았다.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도 어미가 새끼를 품지 않고 주위를 멍하니 지켜고만 있었다. 새끼를 낳아놓은 곳은 어둑 침침한 거의 맨바닥에 가까운 자리였다.

피투성이 같은 새끼가 하도 안쓰러워 부드러운 풀을 깔아 놓고 조금 편하고 밝은 자리로 옮겨 주었다. 보통 짐승들은 자기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이 어미 토끼는 자기 새끼를 만지는데도 그냥 시큰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창 호기심이 많았던 시절이라 다음날 등교하자마자 바로 토끼장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새끼 토끼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물려서 죽어 있었다. 토끼장 문은 분명히 닫혀 있었고 외부에서 다른 짐승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이 사실을 담임 선생님에게 자초지종 상세히 보고를 하였다.

한참을 듣고 난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토끼는 자기 방어 본능이 강하단다.

그래서 자기가 낳은 새끼들의 위치가 다른 동물에게 노출되면 새끼는 물론 자기 생명도 위험함을 느끼게 된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상위 포식자가 오기 전에 새끼들을 미리 죽여 버린다고 하였다.

새끼는 다음 달에 또 낳으면 되니까.

그래서 토끼가 새끼를 놓으면 낳으면 절대로 못 본척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미가 자기만 살기 위해서 새끼를 죽인다고........

어린 마음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사건 이 후로 토끼는 내 마음에서 멀어진 동물이 되어 버렸다.

토끼는 착하고 귀엽고 온순한 동물이라고 일반적으로 여기는데 나는 아니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자식마저 물어 죽이는 냉정한 동물로 내 마음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인간도 가끔 자기 자식을 훼하는 흉측한 모습을 드러낼 때 나는 이 토끼를 연상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금년 토끼해는 토끼의 어떤 면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까?

모는 면에서 조마조마하다.

나라의 정치나 경제 국민들 모두에게

토끼의 밝은 면만, 좋은 점만 드러나는

그러한 계묘년 한 해가 되길 이 아침 가만히

기원해 본다.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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