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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by 김 경덕


한 명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동갑내기 독일 친구 Mr. Klaus다.

부활절 자녀들과 함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는데 암스테르담 공항

환승터미널에서 그만 생을 마감해 버리고 말았다.


이 시간 먼저, 앞서간 친구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코로나로 묶여있던 여행규제가 풀리자마자 금년에

벌써 두 차례나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작년 가을에는 인천공항까지 왔다가 코로나 예방접종 서류 미비로 다시 독일로 돌아간 적도 있다.

크라우스 씨는 한국을 무척 좋아하고 또 사랑하였다.

소주도 좋아하고 불고기는 물론 독일사람답지 않게 한국요리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호텔에 머물지 않고 지난날 사업

파트너였던 오사장 집에 머물며 제주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웬만한 관광지는 거의 다 섭렵하고 다녔다. 작년 가을에 우리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가 입국 불허로 취소된 흑산도 홍도 여행이 이제는 못내 이룰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아 버렸다.


떠나기 전날 이곳 고기리 광양불고기집에서 함께한

저녁이 최후의 만찬이 되었다.

감기 기운을 보이며 약한 기침을 하길래 걱정을 하였더니 거대한 배를 들어 내밀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한 독일 병정이었는데....

오늘 저녁 정말 안타까운 부고를 받고 나니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 헛웃음만 나온다.

여기 머물고 있었던 집의 친구 권유로 인근 내과에 갔었다고 한다. 담당의사가 폐렴증세가 보이니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한국의사의 진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76세의 노인이 무리하게 귀국길에 오른 것이 결정적인 화근이 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고향땅도 밟아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십여 년 전 이 친구는 아내를 먼저 천국으로 보냈다.

홀아비로 사는 이 친구가 4년 전 여기 두 부부를 독일 뉴른베르그로 초대하였다. 거기서 우리는 이 친구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약 2주간 함께 여행하였다.

우리 부부는 만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 여행으로 인해 서로 간에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 여행 중 매일 새벽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를 점검하는 광경을 목격한 후로는 나도 모르게 이 사나이에게 가슴을 활짝 열고 말았다.


지난 2월에 왔을 때는 우리 집에서 나는 한우 Steak

요리로 친구는 독일서 직접 공수해 온 재료로 pasta

요리로 희희낙락 거리며 요리대결을 펼쳤다.

이 요리대결도 이제는 다시 펼칠 수 없는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너무 아쉽다. 함께한 시간들이 자꾸만 아려온다.

독일에서 한번 더 대결을 펼치자고 하였는데.....

다음에는 독일에서, 중국에서도

멋진 여행을 함께하자고 다짐까지 했었는데.....


Klaus 씨,

부디 천국에서 먼저 간 부인 만나 지난날보다,

여기서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 누리시기를

기원할게요.

그리고

잘 가요! 우리 다시 또 만납시다.

하늘나라에서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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