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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n 07. 2023

만지도(晩地島)

   만지도(晩地島)


만지도는 통영 앞 미륵도 서남쪽, 달아항에서 불과 3.8km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이 섬 인근에는 고만 고만한 학림도, 송도, 저도, 연대도가 마치 형제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인근 다른 섬보다 사람들이 늦게 들어와 살았때문에  늦을 晩, 만지도란다.

달아항에서 육지의 마을버스 격인 작은 Ferry 가 수시로 이 다섯 섬을 돌면서 주민과 방문객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친지 부음을 듣고 문상차 고향에 내려갔다가 조문을 마친 후 내친김에 통영까지 밀어붙였다. 가 출신들은 대부분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향수만큼 물 비린내도 그리워한다.

오랫동안  갯내음을 맞지 못하면 몸살을 기도 한다. 지난날 이럴 때면 가끔 인천으로 차를 몰고 나가 보기도 하였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올 때가 대부분이었다.


바다는 누가 뭐래도 남쪽 바다가 최고다.  남해 바다는 동해처럼 사납지도 않고  서해처럼 느리지도 않다. 항상 어머니 얼굴 같은 평온한 모습으로 철 따라 그 멋을 달리하며 우리를 기다려준다. 이 남해 바다를 소싯적에도, 학창 시절에도, 군 생활 시절에도 거의 매일 바라보면서 세월을 건너왔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 '


남해가 주제인 '가고파'가 이런 연유로 오랜 세월 동안 유명세를 타며 우리들의 입과 귀를 즐겁게 해 주었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두어 번 가본 적이 있는 한려수도 최고의 낙조전망대인 달아공원을 목표를 하고 엑셀을 힘차게 밟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작은 선착장이 바로 공원 아래에 있었다.

순간 역마살 끼가 작동하여 바로 내려가 물어보니 여기가 바로 만지도와 연대도에 들어가는 Ferry선 달아 선착장이란다.

이 섬들에 대해서는 사전 지식이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 오전 11시 10분에 출항하는 배편을 무작정 예매해 놓고 기다렸다. 배에 오른 후에 갑판 선원에게 섬 구경 요령에 대해 물어보니  만지도에서 하선하여 섬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새로이 연결된 출렁다리를 이용하여 연대도로 건너가란다.  연대도를 돌아본 후 연대도에돌아오는 배를 타는 코스가 최상이란다.

초에 기대한 것이  없으니 실망할 일도 없다. 출항한 Ferry는 학림도, 송도, 저도를 거쳐 30분 만에 만지도에 도착하였다. 섬이 생각보다는 깔끔하고 모두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섬의  연안 길이가 불과 2.2km에 불과하다고 해서 무작정 마을을 관통한 후 소롯길을 타고 섬 정상으로 향해 올라갔다.

조금 오르다 뒤 돌아보니 방금 하선한 발치의 선착장과 마을이 너무 이쁘게 내려다 보였고 연안의 가두리 양식장들도 마치 바둑판처럼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주었다. 동쪽으로는 미륵도 앞바다의 크고  작은 유 무인도가 초여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었고, 서남쪽으로는 저 멀리 연화도, 욕지도가 가물가물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좋아서 북으로는 사량도가 보였고 그 뒤 하늘 끝자락에는 지리산 천왕봉도 보였다.

바람이 없어서인지 바닷물은  마치 겨울처럼 숨을 죽이고 평온을 유지하며 우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100m 조금 넘을 것 같은 섬 봉우리를 얕잡아보고 서둘러 올라갔는데도 40분 이상 걸렸다. 오르는 길 내내 전후 좌우로 펼쳐지는 기막힌 남해의 아름다운 전경들이 파노라마처럼 눈 속에 들어왔다. 정상에 오른 후 돌아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계속 타고 넘어갔다. 가파른 바닷가 벼랑 위에 힘들게 연결해 놓은 동백숲 길이 연이어 있어서 마치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서둘러 마을로 다시 내려왔는데도 한 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기막힌 힐링용 트래킹을 체험한 한나절이었다.  함께 한 사촌형에게 이런 날은 우리 삶에서 덤으로 주어지는  날이라 이 시간만큼 더 오래 살 것 같다고 하였더니 그렇다고 화답해 주었다.


만지도 마을에서 해물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 후 바닷가를 따라 설치해 놓은 인공 가교를 따라 연재도로 건너갔다. 이곳 주민들이 자랑하는 출렁다리는 제법 규모는 컸지만 나 같은 사람의 눈에는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허락하면 연대도 정상 220m 고지에 있다는 봉수대까지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배편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름에 여기 다시 들어와 한 달 정도 지내고 싶다. 이것저것 잡다한 정보들을 주워 모아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고서는 돌아가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통영 가는 기회가 있으면 그냥 산책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미륵도 달아항에서 Ferry를 한번 타보세요.

배 타는 자체가 바로 힐링입니다.

친구가 없으면 갈매기가 대신 친구가 되어 줄 것이고요.

저는 에게해에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보다 여기를 더  추천하고 싶네요.

첫째 이유는  왕복 뱃삯이  8,000원.


   2023, 6, 6. 현충일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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