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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n 22. 2023

고목의 심재

   고목의 심재

김 훈은 우리와 또래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다.

베스트셀러였던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필치는 매우 짧고 담백하다.

안중근의 일대기를 재 구성한 소설 '하얼빈'도 최근에 그가 쓴 작품이다.


그의 소설 '젊은 날의 숲'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무줄기에서,

 늙은 세대의 나이테는 중심 쪽에 자리 잡고, 젊은 세대의 나이테는  껍질 속어 들어서는데, 중심부의 목질은 말라서 무기질화 되었고 아무런 할 일 없는 무위의 세월을 이어 가는데, 그 굳어버린 단단한 함으로 인하여

나무라는 생명체가 땅 위에 곧게 서서 살아가며 성장하게 해 준다."


수목 생리학을 글 재주꾼 김 훈이 소설 속에 옮겨 놓았다. 이 대목이 마치 무위의 세월을 보내는 오늘날 우리 세대를 두고 한 말 같기도 하여 별도로 메모해 두었다.

그렇다.

이제 우리 세대는 자기 자리만 지켜도 된다. 우리가 그 자리를 지키는 존재감만으로도 내 가정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바로 설 수 있다.

힘자랑도, 키 자랑도, 심지어 주머니 자랑도 무위의 세월 속에 이제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나이 들어 비록 무기질화 되었지만 나무의 심재처럼 그 심지만 단단하여 변치 않으면 된다.


등나무와 칡 즉 갈등은 빨리는 자라지만 높이 오르지

못한다. 남의 등을 타고 올라야 하며 타고 오른 상대에게 상처를 남긴다.

소나무는 천천히 자라지만 오랜 세월 굳어져 있는 중심의 늙은 심재 때문에 하늘 높이 곧게 올라간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자랄 수도 오를 수도 없다.

우리들의 다음 세대가 똑바로 오를 수

있도록 고목의 심재 역할만 하면 된다.

말없이 중심만 지키면 된다.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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