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顔春遲春不遲 " 나이 들어가면서 봄이 더디 오기를 바랐는데 봄이 더 빨리 와 버렸다" -사거정- 눈 속에 노란 복수초가 모습을 드러낼 시기다. 겨우내 쌓인 배낭의 먼지를 털어놓고 이번주는 어디로 나를까?
오늘은 차를 두고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태안, 그리고 천리포까지 내려왔다. 여기는 천리포 수목원이다. 고향보다 발길이 잦은 곳이다.
태안 서부 시장에서 직접 주어 담은 싱싱한 담치, 바지락 그리고 곤피(다시마 비슷)와 제철 지난 싱싱한 왕전어 몇 마리 이것이 저녁 밥상의 주 재료다. 오늘 저녁에 함께할 손위 동서가 갑자기 회식이 있어 같이 못한단다.
담치(홍합)는 물 없이 삶아 놓고, 전어 한 마리는 세로로 회 뜨고 다른 한 마리는 살짝 구웠다. 바지락을 듬뿍 넣고 가늘게 채선 대파로 전을 부쳤다. 곤피는 쌈용으로 끓는 물에 정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놓으니 색갈이 파르스름하게 곱게 변했다. 푸짐한 혼밥 저녁 한상이다. 두꺼비가 유일한 친구다.
한적한 수목원에 어둠이 깔리니 만개를 기약하는 뜰앞의 아름들이
목련의 용트림이 강하게 느껴진다. 구름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낙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하루를 마감하며 사라진다. 맥없이 사라지는 노을이 어쩌면 내 처지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