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겨울나기

by 김 경덕

파리의 겨울나기



남쪽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 따라 기온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때쯤이면 남도 지방에서는 파리가 서서히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예전, 그러니까 50, 60년대에 시골에는 파리가 정말 많았다.
가끔 T.V 화면에 비치는 아프리카 난민이나 빈민촌 어린이들의
얼굴에 붙은 파리들의 그림이 바로 5-60년대 우리들 농촌 어린이들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계가 있어 늦가을이 되면 이 많은 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한 겨울을 동면하고 춘분이 지나고 기온이 올라가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난다.
파리는 어디에서 겨울을 났을까?
아니면 어디에다 알을 놓고 죽었을까?
비록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미물이지만 어릴 때 나는 파리들의
생태에 가끔씩 궁금증을 느끼곤 했다.

완전한 평야 지대에 자라 잡은 고향 마을은 미루나무가 많았다.
곧게 하늘 높이 자라는 이 나무는 마치 시골 어린이들의 꿈과 같았다.
여름이면 매년 태풍이 두어 차례 이곳을 지나간다.
봄 철이 되면 태풍이 불 때 불의의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이웃과
서로 협력하여 키가 큰 미루나무를 자른다.
이 작업을 하는 날에는 우리 어린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하는 공동 작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가벼운 젊은 청년이 톱을 허리에 차고 새끼줄 동아리를 어깨에
걸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높은 곳에 메어진 새끼줄을 땅으로 떨어트리면 다른 한쪽 끝을 잡고

우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균형을 잡아 준다.
어느 방향으로 쓸어 뜨릴지는 어른들의 판단이다.
지휘하는 어른들의 명령에 따라 새끼줄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놓기도 하면서 베어진 미루나무를 안전한 곳에 눕혀 놓는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이번에는 우리 집 뒤에 있는 미루나무를 눕히는
차례가 되었다.
집 뒤 미루나무에는 오래전부터 까치가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자기 집을 허무는 줄 알아챈 까치가 주변을 맴돌면서
목이 찢어지도록 울어댄다.
아마 이 시기가 짝을 찾아 새로 태어날 새끼를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비하는 시기인 것 같았다.
까치가 뭐라던 작업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나무를 눕혀놓고 보니 밑에서 보기보다는 까치집이
괘나 크고 튼튼했다.
눕혀 놓은 나무를 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자르고 가지를 치면서
까치집을 허무니 이게 웬일인가?
겹겹이 쌓여 있는 까치집 작은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수 천 마리의
파리가 동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십여 미터나 되는 높이의 나무 위에서 어떻게 이렇게 동면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어 가면서....
하도 신기해서 막대기로 이리저리 헤집어 보니 파리들이
분명히 살아있는데도 아직 추운 날씨 탓인지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하도 징그럽도록 많아서 어느 누구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 지도 못하고

멍하니 들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뒷마당에서 먹이를 줍던 한 무리를 닭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얼른 몰려와 이 많은 파리들을 단 숨에 해치워 버렸다.
자연의 먹이 사슬은 참으로 묘하고도 묘하다.

누가 나에게 파리는 어디서 동면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안전하고 따뜻한 여러 곳에서도 하겠지만,
나는 까치집 속, 까치가 간간이 데워준 따뜻한 체온으로
한 겨울을 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닭에게 잡혀 먹히는 것만은 숨겨 놓고...................................

201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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