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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Aug 03. 2019

나만 알고 있는 전시 뒷 이야기.

아주 초짜라서.. 풋내기 작가가 고생을 좀 해 봐야 뭔가 나오려나?


   남아공 더반에 위치한 KZNSA 갤러리에서 UKZN CVA대학원 동기들 그리고 교수들과 함께 공동 전시를 했다. 한 공간에 각자 다른 콘셉트의 작품을 하나로 잘 이어서 전시를 해야 해서 쉽지만은 않았다. 내 계획과 조금 다르게 설치를 했다. 동기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 간의 작품 설치를 봐줬다. 고맙게도 말이다. 사실 개개인의 전시이기 전에 다른 작품들과도 서로 소통을 해야 했다. 서로의 관찰과 도움이 컸던 것 같다. 한 공간에 그림을 설치해야 하기에 숨 쉬는 공간이 필요했다. 초반에 작품을 따닥따닥 붙여 달아서 너무 답답해 보였다.  

지난 3개월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캔버스와 실크천에 그림을 완성만 하면 다 끝나겠지 하면서 무작정 그리기만 했다. 하지만 설치 그림 작업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여러 일들이 있었다.  



전시 뒤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고충들을 글로 남겨보면 좋을 것 같아 한번 정리해보았다.



   첫째, 캔버스 틀이 휘었다. 중간 지지대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실크천을 너무 잡아당겨 나무틀이 그 힘을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해놓은 밑 작업들이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었다. 기껏 다 만들어놨는데 말이다.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워가는 것이겠지.. 아주 초짜라서,, 풋내기 작가가 고생을 좀 해 봐야 나중에 더 괜찮은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말들로 홀로 위로해보았다. 하지만,, 초반 작업에 시간을 너무 쏟은 탓에 할 맛이 안 나기 시작했다.  



   둘째, 캔버스 틀 사이즈가 너무 컸다. 캔버스 그림 앞에 설치로 걸어둘 나무틀의 사이즈가 생각보다 컸다. 사실,  설치용 틀과 벽에 걸어야 되는 캔버스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지 않은 탓도 있다.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하고 진행했더라면 두 번 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셋째, 실크천이 찢어졌다. 매번 있던 일인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그로 인해 작품 손상이 왔다. 저번 학회에서 있던 Works in progress전시 때에도 차 트렁크에 작품 옮기던 중 모서리에 부딪혀 실크가 찢어졌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 이번 KZN전시에서는 정말 조심히 다루었는데,  작품 옮기며  캔버스 뒤에 아주 작은 못으로 박다가 살짝 찢어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전시는 여러 번 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들고 그리고 하는 것과 별개의 상황이 늘 도래한다. 그것은 작가가 전혀 예상치 못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예방하려면 많은 경험과 지혜가 있음을 이번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넷째, 캔버스 틀 뒷면을 고려해야만 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벽에 붙이는 식이 아닌 공중에 매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다. 사람들은 역시 캔버스 뒷면이 궁금한 모양이다. 실크천 뒷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목공용 타커로 천을 고정시켰던 부분이 아주 지저분해졌다. 이런 식의 작업은 실험용으로만 그치고 말아야 한다. 다음 작업부터는 좀 더 정교하게 꾸며야 할 필요가 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나의 문제는 그것이었다. 사전 꼼꼼함 없이 무작정 뛰어든다는 것이다. 나의 최대 단점이다. 성격이 급한 탓도 있다. 우선 한번 시작해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했다. 이거 재고 저거 재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늘 여러 번 실수하고 시간을 더 써버린다는 것이다.


사실, 느낌과 직관은 합리적 사고의 원천이자 기반이라고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책 ‘생각의 탄생’에 나와있었다. 그래서인지 느낌과 직관에 의해 작업을 진행한 탓도 있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쌓이지 않을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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