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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Aug 29. 2023

10분의 미라클

힘을 들어야 기쁨이 샘 솓는다!



 아.. 오늘은 그냥 건너뛸까? 하면 뭐 하나..


그냥 얻은 기쁨은 확 다가오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뭔가 힘들게 노력하면 기쁨이 온다. 뇌에서 세로토닌이 나오는 것 같다. 운동도 그렇고 식사조절도 그렇고 그림 그리는 것도 그리고 글 쓰는 것도 그렇다. 처음에는 약간은 힘이 든다. 그런데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0분의 미라클이라고 할까? 난 정확히 10분 뒤면 그 힘듦이 살짝의 재미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빨리 걷기나 달리기가 그렇다. 처음 운동대에  올라서기가 무엇보다 어렵다. 아.. 오늘은 그냥 건너뛸까? 하면 뭐 하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으려 할 때 운동화 끈을 맨다. 그리고 좀 걷다 보면 하길 잘했다는 기분이 든다. 계속하고 싶어 진다.


사람은 기분에 의해 뭔가가 하고 싶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하듯 하다. 그 기분이 전환이 된다는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것을 해 보는 것이다. 글을 막 쓰다가도 잠시 멈춰 골똘히 2분만 눈을 감고 생각을 한다거나 무작정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의 아무 페이지를 넘겨 본다. 그렇게 되면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옮겨 가게 된다.  


그렇게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뭔가를 할 때 활력이 샘 쏟는다. 그것도 좀 열심히 할 때 그저 무료하게 가만히 있으면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첫애 임신 후 출산, 그리고 육아가 정말 까마득했다. 매일이 그냥 그렇게 별일 없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 뭐 아기 돌보는 일이 사실 너무 고귀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안 해본 일을 난생 엄마라는 막중한 역할에 뭔가 불안 불안한 감정과 기분으로 보냈었다. 내가 이 애에게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일어나서 아이 보고 놀아주다가 밥 먹고, 뒤치다꺼리하다가 시간 지나면 나도 좀 챙겨 먹고 빠질 생각 없는 체중에 뭔가 이대로 가다가 아이만 키우고 시간 가는 그저 매일이 같은 일상이었다.  이것도 잠시 아이가 그대로일 것 같았는데 시간 지나니 걷고 뛰고 내게 이쁜 짓을 많이 하니 행복했다가 울적했다가를 반복하였다. 손에 잡히는 일도 사실 뭔가 불안하다고 해야 했나? 아기가 자다가 갑자기 깰까 봐 하는 생각에.. 혹은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되거나 아플까 봐 하는 괜한 걱정을 사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8년 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여자 인생이란.. 학생 때나 사회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했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그때처럼 몇 분 몇 초를 지각할까 봐 시간 봐 가면서 달리고 또 달리던 그때가 가끔 생각이 난다. 약간은 힘들었지만 기쁨마저 샘 쏟았던 시절.


몇 년이 또 지나서, 아이들을 키우고 함께 추억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절이 또 그립겠지..


공부를 시작하였다. 

후회는 하고 싶지가 않았다. 둘째 낳고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예술 석사공부를 시작하였다. 책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모르는 게 투성이구나 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배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더 깊이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다. 특히 이곳 아프리카에서, 세 형제를 키우며, 잘 되지 않는 언어로 업치락 뒤치락 해 가면서 말이다.  나중에 아이에게 너무 메이고 싶지 않아서.. 아프리카에서 아이들만 키웠다는 말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통해서 엄마는 엄마 공부 그림, 아이들도 자신만의 공부, 아이들 좋아하는 것 하도록 서로가 그렇게 약간 떨어지는 연습을 시작했다. 어차피 함께하며 약간은 다르게 서로가 서로의 것을 즐기며 배워가는 것이니까. 세월이 지나서, 나 그때 좀 정신 좀 차릴걸,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좀 읽어볼걸, 하고 싶지가 않았다. 뭔가 인생 풀이하기? 같은 글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아무튼,


애써서 뭘 하면 뿌듯하다. 우리 둘째는 손으로 그리고 만들고 바느질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 6살이다. 바늘이 사실 위험하다. 찔릴까 봐. 하지만 한번 줘봤다. 실을 바늘귀에 꽂는 연습에서부터 실을 자르고 천에 바늘을 껴서 이리저리 실 뭉탱이로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혼자서 정말 신중하다. 다치지 않으려고, 그리고 열심히 뭔가 무늬를 만드는데 초조해하며 나름의 실제 손과 바늘 그리고 천을 만지고 움직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뭔가를 손으로 계속할 거리들을 찾아본다.

그림도 그려야 뿌듯하다. 버튼으로 누르고 스마트폰과 미디어 그리고 Ai가 모두 가능한 이 시대를 나는 과연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손으로 뭔가를 계속해볼 꼼지락 거릴 것들을 찾는 것이다.


가상세계가 아닌 현재 내가 서있는 이곳, 실제 세계에서 손과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종이나 책을 손으로 들고 글씨 읽기

아이들 머리 쓰다듬고 만져주기

연필로 그림 그리기

연필 깎기

유화 작업 하기

사진 책자 넘기기

강아지 쓰다듬기

바지 밑단 손으로 줄여보기

집 앞 산책 아가랑 손 잡고 걸어 나가 보기

솔잎과 나무 열매를 손으로 만지면서 자연에서 주는 정교함 느껴보기

맨손 체조 하기

장난감 정렬하기

인형 머리 손질 해 주기

걸래 빨아서 널기

손으로 글씨 쓰기

엉클어지고 깃이 못난 옷들 다시 깃 세우기

신발 코 맞춰서 다시 놓기

허공에다 대고 글자 소리 내며 써보기




여러분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궁금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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