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솔코(solco)'
세상에는 몇 가지의 짠맛이 있을까요? 짠맛이 다 같은 짠맛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인 시나가와구에는 수십 가지의 소금을 맛볼 수 있는 소금 전문점 ‘솔코(solco)’가 있습니다. 솔코의 매장은 10평 남짓한 작은 매장이어도, 흑백의 인테리어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소금 전문점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냅니다. 매장에 진열된 소금들은 모두 같은 모양의 투명한 시험관에 담겨 '연구소'를 연상하게 합니다. 실제로 솔코의 오너인 타나카는 수년 간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각종 소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각 소금을 사용하는 최적의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소금 코디네이터 협회가 인정한 4명의 수석 코디네이터 중 한 명으로, 공인된 전문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코의 특별함은 단순히 공인된 전문가가 여러 종류의 소금을 판매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소금의 다양함, 세련된 인테리어, 오너의 전문성을 뛰어 넘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가 전문가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분야를 체계적으로 세분화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정리합니다. 비로소 일반인들은 그 분야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솔코의 가장 큰 경쟁력도 여기에 있습니다. 솔코는 국내외 400여 종의 소금 중에 임의로 약 40종류의 소금을 선별하여 각각의 소금에 고유 번호를 붙여 판매합니다. 소금에 부여하는 번호는 소금의 산지, 제조방법, 원천에 따라 7개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000~199번은 일본 천일염, 200번대는 해외 천일염, 300번대는 염천, 400번대는 암염 등을 뜻합니다. 도서관과 같은 분류 체계를 통해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짠맛을 한 가지에서 수십 가지로 확장하고, 짠맛에 종류와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솔코가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소금이라는 '제품'뿐만 아니라 소금을 맛보는 '경험'도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솔코의 고객들은 단돈 90엔에 판매하는 오니기리만 구입하면 매장 안의 모든 소금을 맛볼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 비치된 소금들의 고유번호와 원산지를 보고 원하는 소금을 선택해 무미(無味)의 오니기리에 뿌려 맛보면, 각 소금의 맛과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소금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 요리 등이 소금 앞에 함께 기재되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염두에 두고 소금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솔코에서 소금을 시식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각종 소금을 이용한 델리 메뉴를 맛보는 것입니다. 소금의 맛은 같은 소금이라도 소금만 맛볼 때와 재료와 함께 맛볼 때가 다릅니다. 솔코의 델리 메뉴는 해당 메뉴와 궁합이 좋은 소금을 사용합니다. 게다가 고로케, 수프, 도시락 같은 식사 메뉴뿐만 아니라 사탕, 케이크, 쿠키, 빵 등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어 보다 다양한 소금의 매력을 알 수 있습니다. 소금을 맛보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소금에 대한 이해도와 취향의 깊이를 더하는 것입니다.
소금에 대한 취향을 찾는 여정은 솔코의 매장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작은 매장이라도, 매장이 제공하는 고유한 경험 덕분에 매장을 방문할 이유가 생겨 납니다. 매장의 가치는 매장의 물리적 크기나 위치가 아니라 매장이 담아내는 깊이입니다.
본 칼럼은 경제 전문 미디어 <이코노믹 리뷰>의 전문가 칼럼에 연재하고 있는 <최경희의 밑줄 긋는 여행>의 3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