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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Black Dec 07. 2023

오토바이 여행 2 (ft. 따만운중)

2023.7.18

전 날, 오토바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호텔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10시쯤 도착한 렌트샵 직원은 상세한 설명과 함께 오토바이 상태를 촬영해 두라고 권유했다. 내가 오토바이 상태를 촬영하는 동안 J는 샵 직원과 꽤 오래 대화를 나누었는데 K-드라마와 K-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공항에 이어 K-컬처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땡큐. 아이돌!


지옥의 도로 스미냑에서 운전을 해봐서 그런지 칸디다사에서 오토바이 운전은 한 손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가로운 도로 사정이 한몫했지만 핸드폰 거치대도 마련되어 있어 여유로움은 배가 되었다.


잘 못 들어선 골목에서 바다를 보며 코코넛을 하나 마셔주고 오늘의 목적지인 타만운중으로 향했다.

역시, 오토바이 운전은 꼬불 꼬불 시골길이 제맛이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구경하며 우연히 만난 원숭이 떼들과 인사도 한번 해주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녕?


1909년에 지어진 옛 수상 궁전 ‘타만운중’은 궁전이라기보다는 아주 큰 정원에 가까웠다.

꼭대기에서 운중의 모습을 한 컷에 담기 위해 J와 열심히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높은 계단을 저벅저벅 올라온 건장한 남정네 한분이 흔쾌히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옆 연못에서 인스타는 하지 않지만 인스타스러운 사진도 몇 컷 찍어주고 나머지 정원을 감상했다.


따만운중


규모가 크고 계단이 많은 이곳은 쉴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뙤약볕에 한 바퀴 돌고 나니 탈수가 올 지경이다. 유일하게 있는 매점에서 벌컥벌컥 음료를 마셔주고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날이 더울 때는 오토바이로 이동할 때가 제일 즐겁다. 걸으면 지옥 같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구경하며 천천히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으면 여기서 영영 내리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내 팔과 다리는 새까맣게 익어가고 있을지라도.


한가롭게 주변을 구경하며 운전하고 있을 때 앞쪽에 나보다 더 느리게 가는 오토바이가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운중에서 우리의 사진을 찍어준 건장한 남정네였다.


한가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화가 떠오르고 오토바이 여행에 대한 열망이 샘솟는다. 뒤에는 빵빵한 배낭을 싣고서 이곳저곳 마음 닿는 곳을 운전하며 여행하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그날 저녁, 발리 오토바이 여행을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발리에서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사람이 가득했다. 왜 이걸 진작 몰랐지! 안타까워하며 J와 다음에는 태국에서 오토바이 여행을 계획해 본다. 자전거 운전도 힘들어하는 J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되겠지만 여차하면 뒤에 태우고 여행을 하면 되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러면 정말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포스터 하나는 찍을 수 있겠군.


이렇게 또 우리의 다음번 여행이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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