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iBlack Nov 12. 2023

상상보다 더 좋은

2023.7.12

발리 여행에서 J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요가.

여행 전 미리 다운 받아둔 전자책을 뒤져 짱구에 위치한 The Practice를 가보기로 했다.


그랩 오토바이 택시의 현란한 스킬에 감탄하며 2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요가 학원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이곳은 1층 로비가 작은 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요가 시작 전부터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는 느낌적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한편에 준비된 생강차를 마시며 반신 반의 했던 전자책에 대한 신뢰감이 생겨날 무렵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돌돌 말린 계단을 올라 2층 강습 장소에 도착하니 한층 두텁게 쌓이는 이 신뢰감!

높다란 대나무 천장, 목재 기둥과 널따란 마루 바닥, 1층에서부터 쭉 뻗어 올라온 나무가 보이는 풍경은 발리 요가를 떠올리며 상상했던 그런 이미지에 아주 딱 들어맞는 장소였다.


The Practice


연신 굿 초이스를 외치며 의도치 않게 맨 앞줄에 앉자, 곧이어 나의 첫 요가 강사님이 들어왔다.

‘나, 매우 프로페셔널’ 아우라를 온몸으로 내뿜는 강사는 정말로 매우 프로페셔널했다. 특히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음원을 틀어 놓은 것 마냥 높낮이가 일정해 듣고 있으면 저절로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랄까?


매우 안정된 강사님을 따라 시작된 초급 요가는 중심을 잡으려 비틀대거나 이유 모를 곳이 아픈 것만 빼면 그다지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다들 준 전문가 마냥 요가복을 갖춰 입고 와서 우리만 제일 못하는 거 아닌가 내심 걱정했는데 그냥 다 초급이었다. 그래도 요가 중에 티셔츠를 얼굴에 덮어쓰기 싫으면 쫄쫄이 정도는 입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J는 잠깐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둘 다 처음 요가를 해봤다고 하자 몹시 놀라며 여러 번 해본 줄 알았다고 했다. 자꾸 저만 쳐다봐서 의아했는데 그런 거였군요… 오해할뻔했어요… (뭐를…?)


소소한 오해를 풀고 수업 전 기다리던 곳에 앉아 마무리 생강차를 홀짝이고 있으니 수업 중 서늘한 나무 바닥에 누워 호흡에 집중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아주 조용한 공간에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만 들리던 한낮의 그 시간.


휴식을 찾아 발리를, 해변을, 리조트를 찾아왔지만 내가 원한 진정한 휴식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그 시간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너 피스--









이전 02화 페티텐겟 비치에서 조깅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