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2
요가로 마음의 평안을 얻은 우리는 점심을 먹고 핫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마셔주었다.
짱구. 분위기 좋은데?
내친김에 해변까지 둘러보기로 하고 근처에 위치한 짱구 비치로 걸음을 옮겼다.
들뜬 마음으로 해변에 도착하니 회색빛 화산 모래가 들뜨고 설레는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해변에서도 이너 피스.
어쨌든 해변까지 왔으니 모래사장을 거닐어 볼까 했던 우리는 내리쬐는 뙤약볕과 뜨거운 모래로 인해 빠르게 걷기를 마무리하고 언덕 위로 보이는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방금 카페에 다녀왔지만 우린 저질 체력이니까.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기다란 오두막 같은 건물에서 적당히 바다가 잘 보이는 바에 몸을 구기고 앉아 빈땅을 주문했다. 시멘트 바닥과 낡은 나무 테이블, 여기저기 얼룩이 보이는 빈백 의자가 몹시도 찝찝했지만 일단 너무 더우니 예민한 신경줄은 잠시 접어두기로 해본다.
주문한 빈땅이 도착하고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자 드디어 마음에 여유라는 것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에어컨 없이 여기저기 먼지 낀 선풍기만 덜덜 돌아가고 밖에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며 멍하니 서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드디어 내가 동남아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기 전에는 항상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 위 비치의자에 누워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막상 와보면 늘 바닷물과 누군가의 땀으로 얼룩진 의자에 앉아 뜨거운 햇빛과 습한 공기를 들이키며 차가운 맥주에 더위를 식히고 어쩐지 늘어지는 몸과 마음으로 멍하니 주변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도 다시 현실로 복귀하면 이상하게 이 시간이 그리워지는 때가 종종 있다.
끈적한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게으른 고양이 마냥 늘어져 있던 그 시간이.
그래도 발리의 해변은 서핑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뜨거운 태양아래 꾸역꾸역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 사람들을 보며 피부암 괜찮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주며 J와 일상적인 동남아의 시간을 보내 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캄보디아 해변에서도 이러고 있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