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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은 빨래와 함께

2015.08

by 황경진
2015_내 청춘은 빨래와 함께_편집.jpg

2015년 여름, 친구와 전주에 있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 "여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뜨거운 8월의 땡볕 아래서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주인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게스트 하우스 운영 철학은 "빨래를 업체에 맡기지 않는" 것이었다. 손님을 받는 한 끊이지 않을 빨래 더미 앞에서 여누지기는 그날도 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 노래는 자신의 삶을 위해 빨래에 청춘을 바치는, 마치 처마 위에 올려진 파란 기와처럼 볕으로부터 살갗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혹은 무심한 듯 그러나 그가 여전히 청춘임을 상징하는 파아란 모자를 머리 위에 얹고서 오늘도 저기 저 빨래 더미 앞에서 삶을 직면하고 있는 여누지기를 위해 바치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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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 그림을 여누지기께 선물로 드리고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맡겨놓은 짐 옆에 직접 쓴 감사 편지와 전주 특산물 빵 두 박스가 놓여 있었다. 나는 내 그림이 빵 두 박스의 가치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너무 감동했다.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의 대가를 지불받은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돈"은 못 벌어도 어쩌면 먹을 걸 버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그림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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