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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게이츠 빌딩

by 황경진

스탠퍼드를 처음 방문했던 날 남편은 나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학교를 소개해주었다. 마지막으로 한 건물 앞에 도착해 말했다. "여기가 바로 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이야. 빌 게이츠가 지어줘서 빌 게이츠 빌딩이지." "그런데 왜 윌리엄 게이츠지?" "아~ 빌은 윌리엄의 애칭이야. 윌리엄이 독일계 이름인데 독일어에서는 W가 B발음이 난대. Volkswagen을 폭스바겐이라고 읽는 것처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수년이 흐르고 그동안 미국을 방문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편을 대신해 학교를 소개해주거나 내가 했던 질문에도 막힘없이 술술 답변해주기에 이르렀다.


대문 양 옆으로 나란한 야자수가 인상적인 빌 게이츠 건물은 2, 3층에 걸쳐 있는 작지만 층고가 높은 고풍스러운 도서관이 인상적이었고 (행사가 있을 때만 사용했다) 4층 식당 테라스에서 보이는 캠퍼스 뷰가 일품이었다. (레노베이션을 거치면서 식당과 테라스가 없어졌다) 정작 중요한 남편의 연구실은 성인 남자 4명이 공유하기엔 너무 비좁았고 그 누구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의 공간이었다.


오피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6년 넘게 몸담으며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던 공간이라 졸업을 기념해 그림으로 그려주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야 옆 방에 계셨던 지도교수 알렉스도 그려 넣을 걸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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