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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뜨고 해는 지고

by 황경진

사람의 시야각은 200도, 새의 시야각은 300도 정도라고 한다.

사람이 한눈에 볼 수 없는 풍경을 새는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닷물이 땅 깊숙이 들어온 캘리포니아만의 남단, 양쪽으로 바닷물이 갇힌 길을 따라 걸으며 동쪽으로는 뜨는 달을, 서쪽으로는 지는 해를 본 날이 있었다.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저쪽으로 돌렸다 번갈아가며 해와 달을 보다가 이 둘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다. 핸드폰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을 빌려 달과 해를 한 화면에 담다가 문득 새들은 이 풍경을 한눈에 보고 있겠구나 싶었다. 지는 햇빛에 반사되어 주황색으로 물든 갯벌에 왜가리 한 마리가 한참을 움직이지도 않고 해도 달도 아닌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해와 달을 동시에 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해는 지고 달은 뜨고 아름답고도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시간이었다.

달은 뜨고
해는 지고
달은 뜨고 해는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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