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5
그곳은 정말 사막과 같은 곳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숨 막히는 모래와
시린 밤의 서늘한 공기가 공존하는 곳
다른 차원의 세계에 발을 들여다 놓은 것 같은 두려움과 호기심
일상적이지 않음이 존재하는.
터키에서 1 릴리면 살 수 있다는 밋밋한 애플티와 설탕 두 덩어리
모래색 벽을 배경으로 한 가스난로의 불은
이곳이 정말 사막이라도 되는 것 마냥 단절된 시공간을 만들어내고
하염없이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애플티와 제주도 선인장 꿀차를 홀짝이며
화폐경제와 국제 정치, 상업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옛 시절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가
삶과 노동의 가치
다른 사람의 10초를 위한 나의 10시간에 대해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믿음과 의심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
전제와 가정
서평과 미학
사막과 여행
또다시 음악
......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곳은 정말 사막과 같은 곳이었다.
불빛은 텁텁하고 음악은 모래처럼 귀를 스치고
어두운 불빛을 투영한 작은 모빌은 벽 한쪽 모퉁이에서 적막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모래 속에 빠진다.
한 명 한 명 다 떠나가겠지만
이곳이 살아있는 사막이라면
오아시스를 찾아 다시 모일 것이다.
옛날 블로그 정리하다가
2009년 3월 지금은 없어진 안국동 카페 사막에서
사막에 가본 적도 없었던 그때부터 나는 사막을 좋아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