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공원화장실에 대한 괴담 1

<귀신 이야기>

by 경국현


공원을 걷는 중,
노을을 만난다.

오후 햇살이 사라질 무렵,
붉은빛이 하늘 한쪽에서 번져온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무너져가는 나이를 건너며,
석양을 보며 다짐한다.
멋있게 늙자.
꼰대 짓, 추한 짓은 이제 그만.
늙어가는 아름다움을 누리자.

고령화 사회,
요즘은 빨리 죽지도 않는다.
사는 동안,
예쁘게 늙어야 한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사이로
태양은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 퍼져간다.
나도 그렇게 번지고 싶다.
천천히, 아름답게.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놀랍도록 깨끗하다.
입구엔 ‘담당자 확인’이란 점검표가 붙어 있다.
이 나라, 참 괜찮다.

거울 앞에 선다.
입을 반쯤 벌리고 싱겁게 웃는 남자가 보인다.
왼쪽 볼에 보조개,
귀밑머리에 몇 가닥의 흰 머리.
그래도 괜찮은 얼굴이다.
매력 있는 노년이다.

그런데—

아랫배가 갑자기 찌르듯 아프다.
싸한 느낌.

화장실은 두 칸.
이미 다 찼다.
기다려야 한다.

안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꼬리뼈 쪽으로 힘이 몰린다.

젊은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고,
벨트를 푸는 손이 떨린다.

그 순간.
힘이 풀렸다.

젖어가는 느낌.
뜨거운 부끄러움이 다리를 타고 흐른다.

이런, 개뿔.
늙으면… 그냥 죽어야 하나.
살기 싫다.

그러다—
느낌이 달라졌다.

내 뒤에… 누군가 있다.
바람도 없는데,
등 뒤가 서늘하다.

거울을 본다.
그 안에—
나 말고 한 사람이 더 있다.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아무도 없다.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 속 그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다.
나와 똑같은 모습,
그러나…
입이 너무 크게 찢어져 있다.

웃고 있다.
입가에 피가 묻어 있다.

그리고, 속삭인다.

“너도 이제 여기에 남아야 해.”

깜짝 놀라 뒤돌았지만,
아무도 없다.
문은 잠겨 있고,
바지는 젖었고,
심장은 뛰지 않는다.

문밖에서 누군가 두드린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거울 속 그 남자와 바뀌었다.

이 화장실엔,
지금도 귀신이 산다.




keyword
이전 05화05. 강에서 사라진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