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달빛이 흐르는 강물 위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 들어간다.
두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이 되면서
차가운 물이 내 다리를 적신다.
물의 감촉은 두 다리 사이를 스치고,
허벅지를 따라 올라와 배꼽을 적신다.
몸이 젖어든다.
마음도 젖어든다.
야릇한 황홀감에 빠져든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외친다.
“멈춰요!”
기다렸던 소리다.
내 몸이 부르르 떨린다.
숨을 한 번 가다듬고
천천히, 아주 느리게 뒤돌아본다.
스무 살 즈음의 남자,
물속으로 허겁지겁 뛰어든다.
그는 나를 향해 달려온다.
기다렸다.
기다려왔던 순간.
나의 품으로,
달빛을 가르며 그가 달려온다.
창백한 나의 눈동자에
삶의 불빛이 반짝인다.
강물은 나의 젖가슴을 적시고,
턱 아래까지 차오른다.
지금이다.
나는 손을 뻗는다.
남자가 손을 내민다.
우리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그 순간, 나는 한 걸음 물러선다.
발은 공중을 디디듯
천천히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남자가 다급히 몸을 던져 다가온다.
나는 물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그의 다리를 잡는다.
엎치락뒤치락,
물속에서 우리 몸이 얽힌다.
나는 그의 몸 위에 올라탄다.
남자의 두 눈이 공포로 부릅뜬다.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춘다.
차가운 물 속,
뜨거운 입맞춤.
강둑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남자의 친구들이 소리친다.
나는 알린다.
나는 고백한다.
나는 물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