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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Nov 05. 2024

005. 물귀신

<귀신편>



달빛이 흐르는 강물에 한 걸음 걸어 들어간다.

두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이 되면서 차가운 물이 내 몸을 적셔온다.

물이 스치는 느낌이 두 다리 사이에 있다. 허벅지를 적시고, 배꼽이 젖어들어간다.

 


야릇한 황홀감에 빠진다.

갑자기 뒤에서 ‘멈춰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다렸던 소리다. 나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한 번의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아주 느리게 뒤돌아본다.     

20살 전후의 남자가 물에 허겁지겁 뛰어들어 나에게 다가온다.

기다렸다. 기다렸던 순간에 내 품으로 달려드는 남자가 보인다.



창백한 나의 눈에 삶에 대한 의지가 살아났다.

흐르는 강물은 나의 봉긋한 젖가슴을 적시고, 나의 턱에 이르고 있다.     



지금이다. 남자에게 손을 뻗는다.

남자가 나의 손을 잡는 듯하였지만, 나의 발걸음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발은 공중에 떠 있듯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남자가 몸을 뉘어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 남자의 다리를 잡았다.      

엎치락뒤치락 몸싸움 한다. 내가 남자의 몸 위에 올라간다.



남자와 나는 물속에서 사랑을 나눈다. 

공포가 가득한 남자의 두 눈이 부릅뜬다. 나는 그에게 입맞춤한다.      



강둑에서 남자의 친구들이 소리 지른다.      



나는 물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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