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있는데 쓸 돈이 없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겉으로 보기에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서서히 번지고 있다.
그 중 가장 깊고도 조용한 지뢰는, 노년층의 ‘부동산 편중 자산 구조’다.
많은 고령자들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팔 수도, 쓸 수도, 나눌 수도 없는 자산으로 안고 살아간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소비를 지탱하지도 못하는,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다.
2024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무려 78.1%에 이른다.
금융자산은 17.9%, 기타는 4% 미만이다.
노년층은 집은 있지만, 현금은 없다.
더 큰 문제는 그 ‘집’ 대부분이
유동성을 갖지 못한 자가주택이라는 점이다.
서울, 수도권 중심지는 예외일 수 있지만,
대다수는 지방, 외곽, 중소도시의 노후 주택이다.
고령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약 117만 원,
그중 절반 이상이 공적 이전소득(국민연금, 기초연금 등)이다.
월 생활비 2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이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파산의 전조였다.
노후 주택은 매매도 어렵고,
입지는 대부분 구도심 외곽 또는 쇠퇴한 신도시다.
가격을 내려도 사려는 이가 없다.
임대 운영?
운용 역량, 체력, 복잡한 절차 등
고령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역모기지론(주택연금)?
60세 이상 전체 인구 중 실제 가입자는 1%도 되지 않는다.
복잡한 자격 요건, 낮은 수령액, 심리적 거부감이 발목을 잡는다.
결국 그 집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에 쥐어진 짐이 된다.
많은 노년층은 말한다.
“그래도 이 집은 자식에게 남겨야지.”
하지만 그 집은 상속되자마자 시장에 쏟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속 1년 내 매각된 비율은 62%.
그중 절반 이상은 감정가 이하,
20%는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팔렸다.
이는 고령자 사망 이후
투매성 매물로 전환되는 구조이며,
지속적인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고령자의 부동산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시장 전체를 정지시키는 구조적 병목이 되고 있다.
매도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매수자는 없다.
유동성은 사라지고, 거래량은 말라붙는다.
더 위험한 건, 이 자산이
금융권 담보 자산이라는 점이다.
가격 하락은 곧 담보가치 하락이며,
은행과 보험사의 대출 회수 압박으로 이어진다.
‘집’은 이제
생활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아니라, 시스템을 흔드는 불씨가 된다.
다운사이징, 실버타운, 임대 전환 등은
전제 조건이 성립될 때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고령자는 팔고 싶고,
청년은 사고 싶지 않거나, 못 산다.
결과는 명확하다.
거래가 없는 시장.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어긋난 구조.
자산은 정체되고, 시장은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2025년, 한국은 초고령화의 본격 진입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말한다.
“집이 최고야.”
“그래도 아파트는 올라.”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소득 없는 자산가가 늘어날수록, 부동산 시장은 정지된다.
해체되지 않는 구조는
시장을 무덤처럼 만들 것이다.
부동산은 부의 저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멈춘 사회의 짐이 되었다.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