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의 종말, 자산가치의 붕괴>
2020년, 팬데믹은 단순한 감염병 위기를 넘어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일하러 나가지 않고,
무언가를 사기 위해 모이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
배달과 스트리밍 중심의 소비는
처음엔 일시적인 대안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2023년,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상시 재택근무자는 약 113만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5.3%,
그중 대기업(300인 이상)에서는 무려 19.5%.
즉, ‘중심업무지구(CBD)’에 몰려 있던
화이트칼라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 강남, 여의도.
이전까지 ‘돈이 몰리는 자리’였던 그곳의 오피스 공실률은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4년 1분기,
서울 A급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13.2%.
2019년 말 대비 2.3배 증가한 수치다.
중소형 빌딩, 임대 전환형 오피스는 더욱 심각하다.
수요는 없고, 자산 가치는 빠르게 깎여나간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무 공간만 무너진 게 아니다.
상업 공간은 더 빠르게 붕괴 중이다.
상권은 버텨내지 못했고,
문을 닫은 가게들 뒤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매장을 떠났고,
기업들은 더 이상 오피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도심의 기능은 해체되고 있다.
한때 ‘금사라기 땅’이라 불리던
강남 대로변 건물이나 여의도 A급 오피스는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다.
고정비는 부담이고,
투자 대비 수익률은 떨어지며,
운영 리스크는 늘어난다.
심지어 매각조차 어렵다.
이 틈을 메우려는 시도도 있었다.
공유 오피스, 복합문화공간, 생활형 복합시설.
WeWork 같은 모델은 유연한 계약 조건으로
프리랜서와 스타트업을 품었고,
카페·편의점·소형 오피스를 결합한 공간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과거의 대형 자산 구조를 대체하지 못한다.
수익성도, 안정성도
기존 자산의 대안이 되기엔 너무 작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중소도시의 상권 해체다.
‘시청 앞 사거리’,
‘구도심의 중심 상권’은 이미 공동화되었다.
택시 기사마저 “그쪽은 밤에 불 다 꺼져요”라며
외면하는 공간이다.
상업시설은 텅 비고,
오피스는 임차인을 찾지 못한다.
도시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다.
그곳엔 더 이상 수요도,
미래도 없다.
공간이 무너진다는 말은
그 공간에 기반한 자산 가치도 함께 무너진다는 뜻이다.
오피스, 상가, 도심 빌딩은
더 이상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담보로 쌓아올린 금융 구조까지
지금 위협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간 해체’의 진짜 의미다.
단지 건물과 가게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경제적 근거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그것은 조용한 종말이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변화다.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