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집인가>
누구를 위한 집인가?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를 넘는다.
이미 2024년 기준 고령 인구는 960만 명, 전체의 18.9%.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문제는 단순한 인구의 고령화가 아니다.
이제 고령화는 부동산 수요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노인은 대형 아파트가 아니라, 작고 복지 접근성이 좋은 공간을 원한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투자용 대형 아파트’만 쏟아낸다.
65세 이상 인구의 73%가 부동산에 자산을 묶고 있으며,
현금 유동성은 부족하다.
게다가 그 부동산은 매각되지 않는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이미 ‘팔리지 않는 지역’이 되었고,
상속은 새로운 매물이 아니라 빈집과 방치로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는 이제 '시장 붕괴의 속도'를 가속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한편,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가족 단위로 살아가는 사회도 아니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34.5%,
2035년에는 40%에 근접할 전망이다.
서울·부산·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인 지역도 많다.
결혼은 줄고, 출산은 사라지고 있다.
2024년 혼인 건수는 18만 건대, 합계출산율은 0.72명.
무자녀 부부가 과반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가정을 꾸미기 위해 집을 사는 수요’는 사라지고 있다.
결과는 명확하다.
사람들은 더 작고, 더 저렴한 집을 원한다.
그러나 공급은 여전히 84㎡ 중심 대형 평형.
건설사는 고수익을 추구하고, 정부는 과거의 가족 중심 정책에 머물러 있다.
시장은 엇갈리고 있다.
전용면적 40㎡ 이하 전세 비율은 10년 새 두 배로 증가했지만,
공급은 따라오지 못한다.
그 사이, 대형 평형은 매수자가 사라지며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의 주택 시스템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가족’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
결혼하지 않는 청년, 이혼한 중장년, 고령의 독거노인은
시장에서 배제되어 있고,
정책은 여전히 '신혼부부 특별공급' 같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이제 '소유의 집'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집’을 원한다.
그러나 전세 시장은 위험하고, 월세는 과도한 고정비가 되었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주자 없는 구조물,
수요자 없는 공급,
미래 없는 정책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이 시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미 사라진 4인 가족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을 살아가는 1인 생존자를 위한 것인가?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