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예라는 이름의 일상>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빚 위에 지어진 환상이다.
실제 수요가 아닌, 레버리지와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낸 허구의 수요가 시장을 떠받쳐 왔다.
문제는 이 허상이 이제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곧 우리의 삶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2,013조 원.
주택담보대출만 1,035조 원에 달하며, 평균 가구당 약 9,000만 원의 부채를 짊어졌다.
하지만 평균은 진실을 가린다.
20~40대 ‘영끌 세대’는 자신의 순자산의 4배 이상을 빚으로 메우며
집 한 채에 인생을 저당 잡힌 삶을 살아간다.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채무자가 되는 선언이다.
2020~2021년의 ‘광기’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였다.
정부 정책과 금융 시스템은 대출 유인을 강화했고,
사람들은 자본 없이 빚으로 집을 샀다.
‘못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공포,
‘사는 순간 부자가 된다’는 환상,
그리고 ‘부동산은 반드시 오른다’는 맹신이 뒤섞이며,
전체 사회가 빚에 중독되었다.
2022년 이후, 금리는 급등했다.
기준금리: 0.5% → 3.5%
주담대 평균 금리: 2.3% → 5.1%
연소득 5천만 원 → 월 167만 원 상환 한계
이 수치는 ‘영끌족’에게 생존의 벽이다.
주담대 원리금 상환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고,
카드론과 사채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무게다.
많은 이들이 믿었다.
‘조금만 버티면 집값은 다시 오른다.’
그러나 수도권 외곽, 지방 아파트는
2023년 하반기 이후 최대 14% 하락했다.
이제는 담보가치보다 대출이 많은 ‘LTV 초과’ 상태.
팔면 손해, 대환도 불가,
그 집은 족쇄가 되고 있다.
부실 대출은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산으로 잡혀 있던 대출이 흔들리면,
BIS 비율 하락 → 유동성 경색 → 신용경색 → PF 시장 붕괴로 이어진다.
이미 저축은행과 2금융권에서는
기한이익상실, 회수불능 리포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유예책과 보증 확대를 내놨지만,
그건 해결이 아니라 연기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자산 시장’이 아니다.
‘채무 유지 시스템’이다.
집은 부의 상징이 아닌
빚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고,
우리는 그 담보로 살아간다.
금리, 유동성, 규제, 정책 —
모든 것이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삶은 선택이 아니라 결과로 주어진다.
이제 부동산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빚 위에 세운 모든 삶은 함께 붕괴된다.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