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빚으로 지어진 집, 무너지는 삶

<금융 노예라는 이름의 일상>

by 경국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빚 위에 지어진 환상이다.
실제 수요가 아닌, 레버리지와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낸 허구의 수요가 시장을 떠받쳐 왔다.

문제는 이 허상이 이제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곧 우리의 삶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1. 인생을 저당 잡힌 대가: 가계부채 2,000조

2024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2,013조 원.
주택담보대출만 1,035조 원에 달하며, 평균 가구당 약 9,000만 원의 부채를 짊어졌다.

하지만 평균은 진실을 가린다.
20~40대 ‘영끌 세대’는 자신의 순자산의 4배 이상을 빚으로 메우며
집 한 채에 인생을 저당 잡힌 삶을 살아간다.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채무자가 되는 선언이다.


2. 영끌은 개인의 욕망이 아닌, 시스템의 유도

2020~2021년의 ‘광기’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였다.
정부 정책과 금융 시스템은 대출 유인을 강화했고,
사람들은 자본 없이 빚으로 집을 샀다.

‘못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공포,
‘사는 순간 부자가 된다’는 환상,
그리고 ‘부동산은 반드시 오른다’는 맹신이 뒤섞이며,
전체 사회가 빚에 중독되었다.


3. 금리 인상은 현실의 붕괴로 이어진다

2022년 이후, 금리는 급등했다.

기준금리: 0.5% → 3.5%

주담대 평균 금리: 2.3% → 5.1%

연소득 5천만 원 → 월 167만 원 상환 한계

이 수치는 ‘영끌족’에게 생존의 벽이다.
주담대 원리금 상환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고,
카드론과 사채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무게다.


4. 빚으로 산 집, 이제는 팔 수도 없다

많은 이들이 믿었다.
‘조금만 버티면 집값은 다시 오른다.’

그러나 수도권 외곽, 지방 아파트는
2023년 하반기 이후 최대 14% 하락했다.

이제는 담보가치보다 대출이 많은 ‘LTV 초과’ 상태.
팔면 손해, 대환도 불가,
그 집은 족쇄가 되고 있다.


5. 금융권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실 대출은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산으로 잡혀 있던 대출이 흔들리면,
BIS 비율 하락 → 유동성 경색 → 신용경색 → PF 시장 붕괴로 이어진다.

이미 저축은행과 2금융권에서는
기한이익상실, 회수불능 리포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유예책과 보증 확대를 내놨지만,
그건 해결이 아니라 연기다.


6. 우리는 언제부터 금융의 담보로 살아왔는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자산 시장’이 아니다.
‘채무 유지 시스템’이다.

집은 부의 상징이 아닌
빚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었고,
우리는 그 담보로 살아간다.

금리, 유동성, 규제, 정책 —
모든 것이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삶은 선택이 아니라 결과로 주어진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부동산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빚 위에 세운 모든 삶은 함께 붕괴된다.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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