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죽은 상권, 죽은 도시

<한국의 도시는 죽어가고 있다>

by 경국현

어느 날, 불이 꺼졌다

카페 앞 테라스 의자는 비어 있었다.
길모퉁이 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조용했다.
“저 가게는 언제부터 닫았지?”
누군가가 묻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왔다.

상권이 무너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떠났고, 점포는 텅 비었다.
우리는 몰랐지만, 도시는 그 기능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도시는 죽어가고 있다.


1. 전국을 덮친 ‘공실률 팬데믹’

2024년 하반기, 전국 소매용 상가의 공실률은 12.6%.
지방 중소도시의 공실률은 20%에 달했다.
심지어 서울 강남과 여의도조차 7%를 넘는 공실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회복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실률의 증가는 점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세수 감소, 자치단체 재정 압박, 실업 확대, 상가 가치 하락, 금융 시스템 리스크까지—
도시 전체의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


2. 바뀐 소비, 되돌아오지 않는 거리

코로나19는 위기가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비대면 소비, 온라인 쇼핑, 배달경제, 홈카페·홈쿡 문화는
2023년 이후 완전히 생활로 정착됐다.

2024년 온라인 소비 비중: 39.7%

외식업 종사자 수: 팬데믹 이전 대비 11% 감소

소매점 신규 창업: 10년 만에 최저치

이제 소비의 중심은 거리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
도심 상권은 그 흐름에 맞지 않는 낡은 그릇이 되었다.


3. 사무실의 이탈, 상권의 붕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는 제도가 되었다.
기업은 오피스를 줄이고 떠났다.
서울 을지로, 종로, 구로디지털단지, 분당, 판교...
대형 오피스들이 비어가고 있다.

그와 함께 무너지는 것들:
점심 식당, 카페, 편의점, 미용실, 병원.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대비 매출 하락률은

도시형 음식점: -35% 이상

커피 전문점, 개인 병원: 그 뒤를 이었다.


4. 지방의 파국, 상업 부동산의 침몰

지방의 상황은 말 그대로 붕괴다.
2024년,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1곳이 소멸위험지역.
상가 공실률은 25~30%,
보증금 5천에 월세 30만 원짜리 점포조차 임차인이 없다.

그 결과는?

거래 실종

가격 폭락

은퇴자의 투자 실패

자산가치의 급격한 하락

지방 소도시의 상가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되고 있다.


5. 자영업의 몰락, 퇴로 없는 은퇴자들

한국은 OECD 중 자영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많은 은퇴자가 퇴직금과 전 재산을 상가나 카페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2023년 자영업 폐업률 68.2%,

평균 창업 후 1.7년 만에 폐업

창업자 평균 연령: 52세

수익이 나지 않는 상가는
이제 자산이 아니라 고정비만 나가는 부채다.


6. 넘쳐나는 상가 매물, 사라진 구매자

2024년 상반기,

상가 매물: 전년 대비 43% 증가

거래량: 14% 감소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말처럼
“팔고 싶은 사람은 넘쳐나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상가는 자산이 아니다.
“버려지는 공간”이 되었다.
게다가 이 상가들 대부분이 금융 담보물이라는 점에서,
상가 가격 하락은 금융권에도 직격탄으로 이어진다.


7. 도시 재생이라는 실패한 희망

도시재생, 청년 상권, 공공임대 상가…
정부의 노력은 있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왜냐하면 상권은 ‘사람’과 ‘돈’이 살아 있어야 유지되기 때문이다.
건물을 리모델링해도, 사람이 없으면 상권은 죽는다.

플랫폼 기반 사회, 모바일 중심 소비, 이동 없는 생활.
이 모든 구조 속에서,
과거의 상권 회복은 이제 재현되지 않는다.


8. 도시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다

과거에는 도시와 상가가 자산의 정점이었다.
노후 준비의 핵심, 월세 수익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이제 도시는

사람이 사라졌고

소비가 멈췄으며

가격은 무너졌고

재생은 실패했다

이것은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도시의 ‘역할’과 ‘기능’ 자체가 붕괴되는 과정이다.


9. 도시가 무너지고, 자산이 붕괴되는 사회

이제 한국의 도시는
성장이 아닌 수축과 해체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 전체의 재편이며,
과거의 투자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도시는 더 이상 월세를 주지 않고,
상가는 더 이상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
한국인의 자산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붕괴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잃고 있는 것

우리는 집값만 바라보며,
‘아파트가 오를까, 떨어질까’에만 집착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도시 그 자체가 기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상권이 죽고, 도심이 무너지고, 자산이 의미를 잃는 지금—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이 도시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 글은 ‘도시의 해체’라는 구조적 현상에 대한 경고를 저의 관점에서 정리하였습니다. 여러분이 발 딛고 선 그 거리가, 이제 더 이상 어제의 거리가 아님을 느끼셨다면, 우리는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EMBA 겸임교수. 30년간 투자·정책·교육·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함께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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