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무소유의 시대;MZ의 선택

<시스템이 붕괴되어가고 있다>

by 경국현

과거 대한민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삶의 궁극적 목표였다.

그러나 2020년대를 지나며,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것을 꿈꾸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집을 사지 않는다”가 아니라 “집을 사지 못한다”고 말하며,

심지어는 “사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수요 기반이 붕괴된 시장,

즉 ‘누가 사줄 것인가’가 사라진 시장의 시작이다.


1. 포기한 세대: 내 집 마련은커녕 월세도 벅차다

2023년 기준,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34세의 자가 보유율은 10.6%에 불과하다.

전세 비율은 31%, 나머지는 월세나 기타 거주형태에 해당한다.

이 중 60% 이상이 “앞으로도 집을 살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 높은 집값

● 불안정한 고용

● 대출 부담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024년 기준 약 11억 원이며, 이는 연봉 4,000만 원의 직장인이 모든 돈을 저축해도 27.5년이 걸리는 가격이다.


2. 고용은 불안정, 소득은 정체, 희망은 없다.

2024년 청년실업률은 공식적으로 7%대지만, 체감실업률(비경제활동인구 포함)은 23% 수준에 달한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 형태로 일하는 20~30대 비율은 점점 늘고 있으며, 이들은 주택담보대출 자격조차 갖추기 어렵다.

설령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초임 월급은 주거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약 75만 원이며, 이 수치는 초임의 45%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구조에서 청년은 월세를 감당하는 것도 ‘투쟁’의 영역이고, “집을 산다”는 말은 먼 미래의 비현실로 들릴 수밖에 없다.


3. 전세 시스템의 붕괴, 선택지가 사라진다.

전세 제도는 과거 젊은 세대가 집을 사기 전까지 중간단계로 활용할 수 있었던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2021~2023년 사이 깡통전세 사태, 보증사고 증가, 역전세 현상 등으로 인해 전세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 2024년 보증금 미반환 사고 건수: 1만 1천 건 이상

●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 약 2조 1천억 원

이 수치는 단순한 손해가 아니라, 제도적 붕괴를 의미한다. 이제 젊은 세대는 전세를 기피하며, 그러나 월세는 너무 비싸며, 매매는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거주할 곳 자체가 선택지에서 사라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4. 탈서울, 탈소유, 탈결혼: 구조적 수요 붕괴

이제 젊은 세대는 “서울을 떠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말하며 탈서울을 선택하고, “소유보다는 공유”라는 말을 내세우며 탈소유를 지향하며, “결혼은 사치”라고 말하며, 탈결혼을 택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현상은 단지 사회문화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 결혼 감소 → 신혼부부 주택 수요 감소

● 출산 감소 → 주거 확장 수요 감소

● 지방 이탈 → 수도권 외곽 공실 증가

● 주택 보유 희망 감소 → 거래량 축소

즉, 젊은 세대의 탈주거화 현상은 시장 전체의 구매력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5.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냉소, 피로감

그들은 알고 있다.

수많은 공급 약속, 세금 감면, 대출 완화가 있었지만, 결국 그 혜택은 그들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 청년 전세자금 대출 : 소득 요건 까다로움

● 생애최초 대출 : 자산 기준 제한

● 신혼부부 특별공급 : 결혼 조건 부합 어려움

● 청약 제도 : 당첨 가능성 1% 이하

그 결과, 젊은 세대는 “정부는 부모가 집 사줄 수 있는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고 느끼고 있으며, 정책 참여율은 낮고, 냉소는 깊고, 피로감은 극심하다.


6. 실거주는커녕 투자도 거부하는 세대

한때 ‘부동산 투자’는 국민적 스포츠였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는 부동산을 ‘불안정하고, 불공정하며, 접근 불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 “투자보다 인생이 우선이다.”

● “이 집값에 투자? 망하라고?”

● “집을 살 생각 자체가 없다.”

● “나한텐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다.”

이런 정서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의 부동산 매수 참여율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7. 시장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 ‘수요의 종말’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하락보다 무서운 것은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구매자가 아닌 관전자, 또는 탈출자가 되었다.

이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된다.

● 고령화 → 기존 자산가의 매물 증가

● 수요 단절 → 젊은 층의 매수 포기

● 거래 실종 → 가격 지지선 붕괴

● 금융 노출 → 자산가치 하락 → 금융기관 부실 전이

즉, 수요 기반의 붕괴는 시장 전체의 붕괴를 예고하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8. 결론: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환상’이 되었다.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 집은 더 이상 청년의 목표가 아니다.

● 그것은 누군가의 기득권이며,

● 누군가의 실패 경험이며,

● 누군가의 포기 선언이다.

집을 사지 않는 세대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의 외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 자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심이 된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집들은, 누가 살 것인가?”

그 질문에 답이 없는 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30년간 투자, 정책, 교육, 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가격이 아닌 구조를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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