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부족한 나라>
2025년 대한민국.
한때는 집 한 채가 인생을 바꾸던 시절이 있었고, 도시의 집은 곧 기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는 사람’보다 ‘비는 집’이 더 많은 시대가 오고 있다.
‘빈집의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오늘의 현실이다.
1. 통계로 확인되는 도시의 붕괴
국토교통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국 빈집은 160만 호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주택의 9%에 해당하며, 특히 농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빈집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228곳 중, 117개 시·군·구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빈집 증가 → 인구 유출 → 기반시설 붕괴 →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연쇄 붕괴 구조다.
“사람이 없으니 집이 비고, 집이 비니 더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입니다.” — 한국도시연구소 관계자 인터뷰, 2024년 10월
2. 지방의 현실은 ‘도시 전체가 빈집’이다.
전북 고창, 강원 태백, 경북 의성, 전남 고흥 등 다수의 군 단위 지역은 이미 마을 단위 폐쇄가 진행되고 있으며, 건물 외벽은 무너지고, 창문은 깨지고, 잡초가 무성한 집들이 줄지어 있다.
한때는 누군가의 꿈이었을 공간이 관리되지 않은 폐허가 되었고, 이 빈집들은 범죄, 화재, 침수 등 사회적 비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 2024년 기준 전국 빈집 관련 화재 사고: 1,142건
● 빈집 침입 범죄 증가율(최근 3년): 연평균 13%
● 60세 이상 독거노인 고독사 발생률 상위 30% 지역: 모두 빈집 비율 상위 30%와 일치
3.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빈집은 지방의 문제”라는 인식은 위험한 착각이다. 서울과 수도권도 이미 소규모 저층 주택 밀집지, 특히 재개발 해제 구역, 고령화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빈집이 급증하고 있다.
● 서울 강북 5개 자치구(도봉, 강북, 성북, 은평, 중랑) : 2024년 빈집 18,200호 (3년 새 2배 증가)
● 경기도 의정부, 시흥, 부천 외곽 등지 : 주거지 공실률 11% 돌파
이는 단순한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차이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균열을 맞고 있다는 징후다.
4. 빈집 증가는 단순한 공실 문제가 아니다.
빈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적으로 훼손되고,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급속히 사라진다. 주택은 원래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를 함께 지니는 자산이지만, 거주하지 않는 집은 그 어느 쪽도 충족하지 못한다.
● 전혀 거래되지 않음 (유동성 상실)
● 지속적으로 발생 (비용 전가)
● 화재·붕괴 등 안전 위험 (공공 리스크 확대)
즉, 빈집은 존재 자체가 ‘부채’가 된다.
5. 정부의 빈집 대책: 형식적 수거, 실질적 방치
정부는 2020년대 초반부터 빈집 실태조사, 등록제, 철거·리모델링 보조사업 등을 시행했지만 실제 정비된 빈집 비율은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 소유자 불명 또는 연락 두절
● 철거 후 활용 계획 미비
● 부지 소유권 분쟁
● 지방 예산 부족
이다.
행정은 집계를 했을 뿐, 빈집을 줄이거나 다시 살릴 역량은 없었다.
6. 다주택자의 실패한 퇴로, 빈집이 된다.
한때 투기 과열기에는 1인 5주택, 10주택 보유자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하고, 임차 수요가 사라지면서 이들 주택은 임대도, 매각도, 리모델링도 되지 않고 빈집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외곽·지방 신도시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초저가 빌라 투자자들이 대출 상환과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유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 실패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부실로 파급될 수 있는 폭탄이다.
7. 빈집 공화국의 자화상: 집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은 이제 ‘집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부족한 나라’다. 그리고 그 부재는 물리적 공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 인구 감소
● 고령화
● 출산 절벽
● 1인 가구 고착화
● 지방 유출
이 다섯 가지가 집에 들어갈 사람을 없애며, ‘집값’이라는 수치는 더 이상 실제로 누가 살지를 반영하지 않는다.
8. 집은 넘쳐난다.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총 주택 수는 2,120만 호, 전체 가구 수는 약 2,030만 가구로 이미 주택이 가구 수를 초과했다. 게다가 향후 5년간 예정된 공급 물량은 추가로 125만 호 이상이다.
이는 결국 빈집의 구조적 확장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된다. 자산 가치가 아닌, 유지비용을 두려워하는 주택 시대가 온다." — 한국주택학회 세미나, 2024년 11월
9. 결론: 집이 아니라, 도시가 사라지는 중이다.
빈집 문제는 주택이 아니라 도시 자체의 기능 상실을 상징한다. 더 이상 사람이 오지 않고, 경제가 살아 있지 않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 투자도, 거주도 이뤄지지 않는 장소. 그것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도시다.
그리고 그 중심엔 텅 빈 집이 있다.
그 집은
● 쓰러지기 직전의 경제 구조를 나타내고
● 무너져가는 인구 구조를 반영하며
● 멈춰버린 부동산 시장의 심장을 상징한다.
작가 소개
부동산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30년간 투자, 정책, 교육, 현장을 오가며 부동산을 연구하고 해체해왔다.
부동산 가격이 아닌 부동산 구조를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붕괴의 구조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부동산 끝의 시작>에서 그 조용한 균열을 들여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