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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Jul 16. 2023

19. 환자들, 사람은 다 똑 같다.

<삶의 전투를 받아들이며 中에서>

19. 환자들, 사람은 다 똑 같다.  


        60대 중반의 남자와 병실에서 친밀감이 높았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같이 휴게실에서 하루에 3~4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이식이 끝난 나는 항암 후유증으로 발생한 항문 질환 수술을 위해 입원실을 바꾸어야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전화번호를 교환하자고 한다. 항문 수술 마치고 퇴원하면 보고 싶으니, 꼭 자기가 사는 울산에 여행을 오라고 간곡하게 몇 번씩 요구한다.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느낌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서 찾는다. 이것들은 감각이다. 감각이 모두 사라지면 죽음이다. 살아있어도 식물인간이다. 의사들이 환자의 눈동자를 보면서 불을 비추어 보는 것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보는 것이다. 의식이 있음과 없음은 ‘살았나 죽었나’와 같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신체적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세밀하게 검토한다. 들어간 양에 비하여 나오는 양이 부족하면 바로 이뇨제도 맞고, 설사약이 투여된다. 수시로 혈액검사를 통해 부족한 것은 보충이 바로 된다. 항문에 문제가 있던 나는 먹는 것을 중지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줄여, 항문으로 나올 때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것이 나의 팔뚝에 연결된다. 부족한 것은 다른 방법으로 채운다.     



        감각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감각이 발달하여 그 부족함을 메꾼다. 청각장애가 있던 음악천재 베토벤,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처칠, 루게릭병이 있는 스티븐 호킹 등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다른 감각으로 극대화하여 이겨낸 대표적인 사람이다. 감각은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발달과정에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감각은 사람의 ‘감성’을 지배한다. 감성은 보고 듣고 맛보는 것과 같은 오감에서 나온다. 백혈병 환자들이 모인 병실에서 환자들은 나이를 떠나 서로를 보고 듣는다. 점점 서로를 위로하며 웃고 떠든다. 관계가 만들어진다. 휑한 병실에 갑자기 찾아온 친밀감은 그 어떤 관계의 것보다 높다. 

        그러다가 갑자기 침대가 비워지기도 한다. 우울한 소식을 듣는다. 새로운 사람이 온다. 두려움과 희망은 늘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 티키타카가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항문 수술을 위한 병실 이동이 오후에 있었고, 60대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수술이 끝나고 문자를 보냈다. 퇴원하고 문자를 보냈다. 답이 없다. 관계는 끝난 것이다. 

        순간 병실에서 가졌던 그 친밀감과 간절한 눈빛은 무엇이었는지 헷갈린다. 병원에서 정신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가지는 가식이었음에 쓴 웃음이 나왔다. 

        보고 듣는 감각 자료를 모아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판단한다. 판단은 아무런 절차가 없이 생기지 않는다. 자기만의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것에 따라 만들어진다. 간혹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우도 많다. 내 눈에 멋지게 보이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병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식이 있지만, 심신이 점점 약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처음 보는 누군가와 우리는 관계를 의식적으로 형성한다. 좋은 인연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지속되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혹은 평생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 어떤 관계가 되어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나’라는 존재이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을 준 것이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너 없는 나를 보지 말고, 나 없는 너를 봐야 한다. 내가 피곤한 삶을 사는 것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것이 원인이다. 내 탓이고, 내가 쪼다 짓을 한 것이다.



"너 없는 나를 보지 말고, 나없는 너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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