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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Jul 17. 2023

23. 마음. 너는 어디에 있니?

<삶의 전투를 받아들며 中에서>

23. 마음. 너는 어디에 있니?



        이유 없이 그냥 우울한 것 없다. 상처받아 우울해진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보여 줄 수도 없고, 나를 이해시킬 방법도 없다. 누가 나를 안다고 하지만 실재는 아무것도 모른다. 부부로 30년을 살아도 낯선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알고 이해하기 어렵다. 

        

        외곽을 빙빙 도는 것이다. 


        그냥 보이는 모습 보고 판단을 할 뿐이다. 이것도 쉽지 않다. 왜곡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말과 행동을 일부 속일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겠지만, 속이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 말 안 했고, 말하고자 하였다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살짝 꼬아서 말했을 뿐이다.      


        지금껏 서로가 부대끼어 살면서 웃었던 날보다 울었던 날이 더 많다. 슬픔과 절망, 분노에 휩싸인 날이다. 살아온 시간을 나누어 보면 행복, 웃음, 희망의 날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른다. 굳이 원인을 찾자면 가까운 이들하고 갈등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따지고 질책하고 불편하게 하였다. 


        왜 그러는지 상대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었다. 서로의 말을 믿지 못하였다. 이유 없이 슬픈 날도 늘어난다. 마음이 그랬다는 것이다. 상처를 주고받거니 하면서 우울한 감정에 빠진다.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 어느 날 버림받은 존재로 추락한다.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이다. 여기에 갑자기 절망이란 감정으로 솟아난 것도 우울이다. 지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다. 

        나를 나로 보지 않는다. 지금은 죽어가는 사람으로 본다. 


        애매하지만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이 순간에 나의 존재적 가치가 없어지고 있음을 알고 우울한 것이다. 백혈병이 있어서 우울한 것이 아니다. 원인 불명이 아니라 원인이 있는 것이다.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 원인이다. 진심이 아니라고 하지만, 진심과 관계없이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 우울한 감정은 어디에 있는 건가? 

        마음은 어디 있는 것인가? 

        가슴 아프게 슬프다고 하면 그 슬픔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 보면, 나만의 기억 방식으로 머릿속 어디에 있는 것이다. 보고 느끼고 만지고 했던 수많은 감각적 경험은 기억이 되었다. 슬프고 즐겁고 기쁘고 화나는 감성적 경험들도 기억이 되었다. 이러한 기억들은 뇌에 전기적 신호로 저장되어 있다. 

        지배하는 마음과 지배당하는 마음은 뇌의 신경망 시냅스 활동을 통해 뇌의 이곳저곳에 있다. 뇌 과학자들이 두려움으로 뇌를 쪼개고 호기심으로 분석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머릿속 어딘가를 전기신호로 자극하고 있다. 머릿속 어딘가에 있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 우울해지면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뇌의 물리적인 기능을 화학물질로 통제한다. 

        본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효과를 본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우울해진다. 약물은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뇌의 반응을 자극할 뿐이다. 우울은 나의 뇌,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시간에 왜 솟아나는지 아직도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밝혀지지 않은 숨바꼭질이다. 

        하지만 뇌에 숨어있는 우울은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알고 있다. 질병은 약을 써야 하지만, 우울증은 의지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단호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보고 느끼고 만지고 했던 수많은 감각적 경험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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