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숨고, 거짓은 팔린다

by 노경문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먹방 영상을 추천해준다.


화면엔 여자 유튜버가 등장한다.
마른 체구, 작은 얼굴, 가느다란 손목.
그런데 그녀 앞에 놓인 음식은 삼겹살 5인분, 마라탕 3그릇, 볶음밥과 디저트까지.
그 많은 음식을 2L 음료수와 함께 빠르게 먹어치우며 그녀는 웃는다. 후원이 터진다.
“전 원래 살이 안 쪄요.”

진심으로 묻고 싶다.
누가 이걸 믿는가?

나는 단순히 '많이 먹는 사람'이 싫은 게 아니다.
거짓을 알면서도, 진실처럼 소비하는 이 광경.
그게 힘들다.


이건 마치 유리겔라가 숟가락을 구부리는 걸 보고
진짜 초능력이라며 놀라며 환호하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난 유리겔라도 싫고, 그걸 믿으며 박수치는 바보 같은 관중도 싫다.

먹방은 이제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천만 구독자, 수백만 뷰, 협찬, 광고, 공중파 출연.
거짓을 정교하게 포장한 콘텐츠가 현실의 진실보다 더 큰 보상을 받는다.

특히 유명 먹방 유튜버들이 대부분 마르고 예쁜 여성들이라는 점은 이 산업의 위선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 체구에, 그 얼굴에, 그 피부 상태로
어떻게 그렇게 우겨 넣고도 멀쩡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한다.
‘많이 먹고도 날씬하고 예쁜 그녀’라는 거짓 판타지를 통해
현실에선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대신 소비한다.
진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혐오보다 먼저,
설명되지 않는 피로감과
말해도 닿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을 느낀다.

그 세계에서 진실은 철저히 소외당한다.

비슷한 풍경이 또 있다.
누가 봐도 약(스테로이드)을 쓴 피지컬인데
“저는 내추럴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보디빌더들과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


그들은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좋은 몸을 만들 수 있었나요?”
그러면 그는 대답한다. “이 운동 루틴 덕분이에요.”
그리고는 생소한 머신 활용, 특이한 스트레칭을 보여준다.


근육은 결국 약이 만든 결과인데,
방법은 마치 자신만의 철학과 노력이 낳은 성과인 것처럼 과대포장된다.

뿐만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을 자연스럽게 올리는 방법”이라며
아슈와간다 같은 허브 보충제를 광고한다.
약물은 숨기고, 허브는 과장하며,

결국 팔아야 할 것은 건강한 정보가 아니라 협찬받은 제품이다.

그들은 과학을 조롱하고, 진실을 공격하며,
결국 진짜 노력하는 사람을 패배자로 만든다.

한편으로 나는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한다.
때로는 가장 솔직한 사람이 가장 먼저 도태되는 세상에서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들도 조용히 가면을 쓴 것이다.

그래서 이쯤 되면, 문제는 개인의 양심이 아니다.
진실을 말할수록 손해를 보는 시장 구조,
거짓일수록 더 잘 퍼지는 알고리즘,
정직함보다 ‘잘 팔리는 서사’를 요구하는 소비자 심리.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에게 거짓을 강요한다.

거짓은 전략이 되고, 진실은 리스크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진실을 밀어내고,
점점 더 정교해진 거짓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익숙함이
결국 진짜를 사라지게 만든다.

최근 백종원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보며
나는 연민과 냉소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와 나는 같은 업종에 있다. 프랜차이즈.
그는 방송에서 늘 진정성과 인간미를 강조했다.
그의 마음은 진정 따뜻했을지 모르지만,
현실의 냉혹함을 막아주지 못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를
산업 설계자로서 실패한 인물이라 생각해왔다.
좋은 사람, 성공한 사업가가
곧 좋은 설계자는 아니다.

그는 따뜻한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기대어 인생을 걸었다.
하지만 그 말은 구조 안에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 힘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서서히 말보다 결과가 더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진실은 더디게 가지만,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무너지면
나 자신이 세워온 삶의 원칙이 무너진다.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내가 아이를 키우는 태도
모두 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말보다 행동을 믿고,
겉보다 구조를 따르며,
보여지는 것보다 작동하는 것을 선택한다.

진실은 종종 무뚝뚝하고, 매력 없어 보이며, 대중적이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짓을 더 쉽게 소비한다.
하지만 거짓은 결국 무너진다.
나는 그것을 많이 봤다.

포장된 허상, 진정성 없는 성공,
그 이면에서 고통받는 진짜 사람들.

결국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진실은 시간이 걸리지만, 끝까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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