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바라볼 때,
우리는 흔히 '무엇이 옳은가'만을 묻는다.
그러나 현실은 선과 악의 구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입체적이고,
때로는 스스로를 배반하는 모순의 연속이다.
특히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맥락 없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순간부터 위험해진다.
최근 의료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정부와 의대생, 전공의 간의 갈등도 그러하다.
언론에 비친 장면만 보면,
정부는 공공성과 정의를 외치고,
젊은 의사들은 집단이기주의로 맞서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이 갈등은 단순한 정원 확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얼마나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가,
전문가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존중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개인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한 본질이다.
개혁은 필요하다.
문제는 언제나, '어떻게'에 있다.
이번 개혁 과정에서 정부는 의료계 내부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전문성은 고집으로 매도됐고, 대화의 장은 애초에 열리지 않았다.
설득은 사라지고, 명령만 남았다.
그 순간,
신뢰는 무너졌다.
그리고 바로 어제,
정부는 ‘족보 돌리기’라는 오래된 관행에 연루된 448명의 의대생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묵인해온 구조를
하루아침에 법의 칼로 내려치는 일은 꺼림칙하다.
과거 2009년에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던 사건이 있다.
당시 수많은 교사와 지식인들이 참여했지만 일부만 본보기가 되었고, 표적 사냥 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리 사회는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미덕처럼 여겨왔다.
그 안에서 개인은 입을 닫았고,
권력은 명분을 가졌다.
지금 그 칼날은 의대생들을 겨누고 있다.
이것이 과연 참된 정의인가.
한쪽만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의대생들의 선택이 모두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저 밥그릇 지키기라 매도하는 순간,
대화는 닫힌다.
닫힌 사회는 단단해지지 않는다.
쪼그라들 뿐이다.
기억해야 한다.
정의의 이름으로 휘두른 칼날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오늘은 의사다.
내일은 기업인일 수도, 기자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어떤 시대든
‘문명’과 ‘정의’를 앞세워
타인의 삶을 함부로 바꾼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미개함을 바로잡는다며 새로운 질서를 세웠지만,
결과는 대부분 더 큰 파괴와 아픔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장면은, 과연 얼마나 다른가.
진정한 변화는 누군가를 짓누르며 이뤄지지 않는다.
이해하고 설득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국가처럼 큰 권력일수록,
칼을 휘두를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권력이 옳다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질문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 옳음은 누구를 향하고,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는가.
그리고 그 칼은, 정말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마녀사냥은 반대한다.
하지만 진짜 마녀가 있다면, 검증은 조심스럽고 공정해야 한다.
감정과 프레임으로 휘두른 칼은, 언제든 우리 모두를 겨눌 수 있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옳다고 믿는 순간에도
칼끝이 누구를 향하는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