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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r 30. 2020

[독서 기록] 지극히 주관적 감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을 읽고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일본 소설, 드라마를 많이 봐왔다. 대학교 다닐 때까지는 도서관에 신착이 나오면 가서 읽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는데, 요즘은 일본 소설만 보는 건 아니라서 한 작품을 결정할 때 나름 고심하고 선정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은 그 고심의 결과 중 하나였다. 일단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최초의 연애 소설’이라는 문구에 꽤나 끌렸으며, 여행지에서 볼 책을 고르던 내게 ‘연애의 행방’이라는 제목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줄거리를 조금만 자세히 봤어도 여행지에서의 연애라는 기대를 이 책으로 채우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있는 소설임을 꽤 금세 눈치챌 수 있는데, 여행을 떠나는 데에만 설레 있던 나는 그 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대감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여행지에서 읽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장소에 맞는 책을 선정해 오지 못한 내게 있었지만, 그 기억이 강렬해서인지 읽고 아쉬웠던 책이란 말을 듣고 단번에 <연애의 행방>이 떠올랐다.

<연애의 행방>이 가장 아쉬웠던 건 현실 연애의 단면을 그리고 있어서다. 다 읽었을 때 그들이 연애하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로 좋아 보이진 않았다. 평소처럼 소설을 읽을 때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 가볍게 읽기만 하기엔 약간 무리였던 것 같다. 현실이 슬쩍슬쩍 고개를 내밀어서 여행의 감성을 부숴 놓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연인이 있어도 새로운 여자에 끌리는 심리, 바람피우러 간 여행에서 친구들의 귀여운 계략으로 연인에게 프러포즈하게 된 에피소드 등을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았다. 현실에서 듣는 지인들의 연애사에도 놀라기 일쑤였는데, 더 듣고 싶지는 않았다.

소재 외에 아쉬웠던 점은 연애 소설이지만 추리 소설의 맥락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반전이 화룡점정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수를 놓음으로써 오히려 연애 소설로의 장점은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한 장면으로 굳이 장르를 나눌 필요는 없지만, 그 장면이 나옴으로써 <연애의 행방>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확실히 하고 그만의 소설로 탈바꿈한 듯했다. 사실 작가의 문체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큰 장점일 것이다. 다만, 독자인 내가 평범한 연애 소설을 기대하고 <연애의 행방>을 봤기 때문에 큰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이런 생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추리 소설이 제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드라마 느낌이 나는 그의 소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기대했던 나에게 <연애의 행방>은 그런 기대감을 잦아들게 해주었다. 오히려 <연애의 행방>을 읽지 않았으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좀 더 높이 평가하고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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