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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Jun 02. 2020

가끔은 예뻐도 된다

정이현의 <우리가 녹는 온도>를 읽고



<우리가 녹는 온도>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에서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들어 살까 말까 며칠을 고민했었다. 후가공도 잘 어울리게 배치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고민만 하다가 잊힌 지 오래였다. 다시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대출할 도서를 찾던 도서관에서였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대출만 가능하던 시기를 지나 잠시 도서관이 열렸던 때가 있었다. 발열체크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 책만 골라 나올 수 있었지만, 컴퓨터로 목록을 보고 고를 때보단 좋았다. 약간 불편한 점이라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대출 도서에 비해 손에 들린 책이 적었다. 그 수를 채우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우리가 녹는 온도>를 만났다. 드디어 이 책과 마주할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만큼이나 내지 디자인도 예쁘다. 검은색 외의 다른 색으로 풀 텍스트가 인쇄된 것이라든지, 각 편마다 들어가는 사진이라든지, 하나의 글이 끝날 때마다 작게 들어간 마름모라든지. 미묘한 것들을 신경 써서 더 예쁜 에세이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에세이라고 알고 책을 골랐기에, 처음 읽을 때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도입부를 아무리 잘 읽어도 이건 스토리였다. 구성이 잘 짜인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본 후에야, 하나의 이야기와 에세이를 묶어 구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단편의 이야기는 간혹 에세이로도 읽혔다. 여러 화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이야기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었기에 더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맨 마지막 에세이였다. 내용을 이야기하면 책 전체의 스포일러가 될 듯하니, 말을 아낀다. 웬만하면 책 안의 내용을 찍어 기록하지 않는 나지만, 그 문장은 기억하고 싶어서 찍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모든 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사실 보기 예쁜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용이 아니라 디자인으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는 책일까 싶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만은 예외다. 예쁜 구성이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의견이 말랑말랑해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 구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만 있을 때보다 더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감성을 충만히 하고 싶어 진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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