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기획절차와 문제

by 김경태

국방기획절차는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는 소요가 제기되는 순간부터, 그것이 실제로 도입되어 부대에서 운용되는 시점까지를 아우르는 획득 절차이다. 군에서 필요한 무기소요를 요청하면 방위사업청에서 구체적인 소요획득 방법(구매사업, 연구개발사업 등)을 결정하여 획득을 추진한다. 각 획득단계는 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방연구원, 체계기업 등 여러 기관과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업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절차가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작동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그 입구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방기획 및 계획 문서체계

각 기획단계의 근거는 전단계에서 만들어지는 문서에 있다. 따라서 각종 문서를 보면 기획단계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이루어질 절차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이 최상위 근거이다. 청와대의 국가안보전략지침과 국방정보본부의 국방정보판단서를 기준으로 국방부에서는 '국방전략서'를 수립한다. 이렇게 국가안보전략지침과 국방전략서는 기획의 최상위 근거가 되는 문서이다. 이어서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합동군사전략서'를 수립하는데, 국방전략서와 합동군사전략서를 토대로 국방기획지침을 만들어 예하부대에 하달하게 된다. 지침에 따라 구체적인 기획이 이루어지는데, 소요와 전력화 우선순위 등을 담고 있는 '합동군사목표기획서'를 만든다. 이 문서에 앞으로 획득이 필요한 소요들이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국방부의 국방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국방중기계획'이 수립된다. 국방중기계획은 향후 5개년간 군사력 건설 및 유지, 소요확보를 위한 계획이 담겨 있다.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소요획득을 위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에서는 필요 예산을 상정하여 기재부와 국회의 예산심의를 받게 된다. 크게는 이러한 흐름으로 국방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방정보판단서(국방정보본부) : 매 5년(2월 말) / F+1~F+15
국방전략서(국방부 정책기획관실) : 매 5년(10월 말) / F+1~F+15
국방개혁기본계획(국방부 국방개혁실) : 1회/2~3년
합동군사전략서(합참 전략기획본부) : 매 5년(11월 말) / F+1~F+15
국방기획지침(국방부 정책기획관실) : 매년(9월 말) / F+2~F+6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합참 전략기획본부) : 매년(12월 말) / F+3~F+7
국방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국방부 전력정책관실) : 매 5년(12월 말) / F+1~F+15
국방중기계획서(국방부 계획예산관실) : 매년(7월 말) / F+1~F+5
전력운영사업 예산요구서(국방부 계획예산관실) : 매년(5월 말) / F+1
방위력개선사업 예산요구서(방위사업청) : 매년(5월 말) / F+1
국방부 예산서(국방부 계획예산관실) : 매년(12월) / F+1
방위사업청 예산서(국방부 계획예산관실) : 매년(12월) / F+1


기획문서가 상당하다. 그리고 이 문서들은 하나하나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실제 소요제기에서부터 중기계획 반영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살펴보자. 2024년에 A라는 소요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의 대략적인 절차와 시기를 예상해 보겠다.

2023년 6월 경. 'A 소요' 검토 요청서 합참 제출
2023년 8월 경. 'A 소요' 사전개념연구 요청서 제출
2023년 10월 경. 통합소요검토회의(합참)
2024년 2월 경. 국방기획지침 발간(국방부)
2024년 3월 경. 소요제기 지침 하달(국방부)
2024년 1~6월 경. 'A 소요' 사전개념 연구 실시(국과연)
2024년 8월 경. 'A 소요' 소요제기서 합참 제출
2024년 9월 경. 2025년도 국방중기계획 지침 수립 및 하달(국방부)
2024년 12월 경.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발간('A 소요' 반영)
2025년 1월 경. 국방중기계획 요구서 제출(방사청)
2025년 1~2월 경. 'A 소요' 선행연구 실시(국기연)
2025년 4~5월 경. 'A 소요' 획득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방사청)
2025년 5월 경. 국방중기계획 예산요구서 제출(방사청)
2025년 7월 경. 국방중기계획 대통령 재가 및 확정
2025년 12월 경. 국방중기계획 예산 확정

따라서 A라는 소요를 2024년 제기할 계획이라면, 적어도 2023년부터 검토 요청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일정이 제때에 다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 중기계획 반영이 되고, 2026년부터 비로소 획득절차가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획득절차 역시, 구매나 연구개발로 이루어지는데 연구개발의 경우 개발기간 3년을 포함해야 한다. 이후 시험평가를 무사히 마쳐야 하고 품질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군에 납품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빨라도 소요제기 시점부터 전력화까지, 구매의 경우 3년, 연구개발의 경우 6년 이상은 잡아야 하는 게 국방획득의 현실이다.(기본적인 무기체계 연구개발 및 구매의 경우로 한정했을 때 그렇고, 전력지원체계 및 상용품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기술은 민간에서 이미 검증됐고, 군에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문을 두드릴 곳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어떻게 진입하는가' 이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조차 모른 채 시장 밖에 머무른다. 이는 곧 국방기획절차의 복잡성과 폐쇄성을 상징한다. 이 절차는 공개되어 있다고 하나, 실상은 군이나 기관, 체계기업 내부의 암묵지에 의해 작동한다. 마치 바둑판 위의 수 읽기를 혼자서 하라는 것처럼, 각 단계의 논리와 흐름은 외부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소요기획 단계는 군이 독점적으로 주도하며, 민간 기업은 그 소요가 언제, 왜 생겼는지를 사후에야 알게 된다. 마치 연극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간 배우가 "이제 시작하면 되나요?"라고 묻는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단절이다. 소요기획과 기획조정, 그리고 획득관리 사이에 긴밀한 연계가 부족하다.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제도의 흐름을 잘 읽고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이 더 유리한 구조다. 이는 기술 중심의 혁신보다 제도 중심의 접근이 승리하는 왜곡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국방 R&D에서 '기술창업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발생하기 쉽다. 민간에서 검증된 기술도 군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하거나, 최저가 중심의 낙찰방식, 달성이 어려운 요구조건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방위사업 참여는 마치 문턱이 1미터가 넘는 가게에 들어서려는 일과 같다. 정보는 부족하고, 절차는 불투명하며, 참여기회는 제한적이다. 이런 구조는 결국 유망 기술의 진입을 막고, 소수의 익숙한 기업만을 순환시키는 생태계를 고착화시킨다.




이렇게 방산은 복잡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국방기획절차를 가지고 있다. 이는 민수시장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중소벤처기업이 방산진입을 하는데 장애요인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산중소진단은 국방기획절차를 '기업 친화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에서 환자가 병의 원인을 이해하도록 설명서를 제공하듯, 중소기업에게도 절차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절차 가시화 매뉴얼'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이 각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요소를 정량화하고, 진입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예방적 진단도구의 개발도 제안된다. 이를 통해 국방기획의 구조적 장벽을 넘어, 더 많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군 전력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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