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방산진입 실패 사례

by 김경태

방산 중소기업의 실패는 단순히 '역량 부족'이나 '경영 미숙'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방산진입 실패의 많은 사례는 개별 기업의 문제뿐 아니라,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과 왜곡된 생태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주요 실패사례의 패턴을 분석하고, 문제의 뿌리를 살펴보자.




소요기반 획득에 따른 연구개발 성과물 미활용 사례

군에서 소요를 제기한 것에 한해서 획득을 한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소요제기를 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구매 또는 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하는데, 여기서의 연구개발은 '무기체계연구개발사업'을 말한다. 이는 체계기업이 주관하거나 국과연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통상 협약이 아닌 '계약'으로 진행되는 국방 R&D이다.(최근에는 탐색개발 단계에서는 협약으로도 진행할 수 있게 개정되었다.) 그 외에 아직 체계개발단계까지 가기 어려운 미성숙 기술의 경우, '핵심기술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성숙시킨다. 그 외에는 대부분 소요와 연계되어 있는 사업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기체계연구개발, 부품국산화, 핵심기술연구개발' 이외에는 군에 진입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핵심기술연구개발의 경우에도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제개발의 경우에는 중견급 체계기업에서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국방 R&D에서는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다. 대부분 비 R&D사업인 지원사업 외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 R&D사업 성과물의 '군 소요연계 방안'은 곧 중소기업의 방산진입을 결정짓는 가장 큰 정책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 A사는 국방 비 R&D사업(지원사업)을 통해 총기보관함을 만들었다. 기업은 당시 국방 R&D로 알고 있었으며, 군 소요가 있어 연구개발을 하는 국방 R&D사업으로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무조건 성공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업체 투자를 강행하기도 했다. 사업 종료 후 어떤 후속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자 기업은 담당기관에 항의하였으나, 해당 기관은 "군 소요와 직접 연계되는 사업이 아님을 사전에 공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A사는 결국 성과물을 보유하고도 군에 납품하지 못한 채 투자 손실만 떠안았다.

이 사례는 비 R&D사업(지원사업)과 군 소요의 구조적 연계 미비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실패 사례다. 또한 기업 스스로 방산 진입 구조에 대한 사전 이해와 진단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유사한 사례는 비 R&D 사업 전반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며, 중소기업의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잘 보여준다.


비 R&D사업은 군 소요와의 연계 없이는 방산진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체계기업과의 연계부족에 따른 납품 불가 사례

우리나라 방산은 체계기업(방산업체)에서만 해당 무기체계를 양산할 수 있다. 체계기업은 하나의 무기체계를 획득하기 위해 방위사업청과 무기체계연구개발 또는 구매 계약을 한다. 이에 많은 협력사를 통해 부품 하나하나를 들여와서 전체 설계도에 따른 조립을 하고 양산을 한다. 이때, 들어가는 부품이 국산품일 수도 있고 수입품일 수도 있다. 수입품인 경우,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수입품목으로 공개하고 업체에서는 국산화 제안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국산화한 품목을 최종적으로 체계기업에서 쓸 것이냐 말겠이냐를 결정한다는데 있다. 물론,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중소기업이 국산화한 품목에 대해 체계기업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강제할 수는 없다. 이미 들여놓은 수입품 재고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이제 막 개발한 국산품을 넣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국산화한 품목이 방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체계기업과의 어느 정도 협의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핵심부품국산화의 경우에는 체계기업에서 수요 제기한 과제들이 대부분이다.(이는 사전에 체계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화를 통해 발굴한 품목들이다.) 체계기업과의 사전 협의 없이 부품국산화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반부품국산화' 사업이 있는데, 이는 기업 자체투자 개발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제안하고 연구개발할 수 있다. 다만, 체계기업에서 그 부품을 써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례) A사는 수입품목 목록을 보고 자신들이 똑같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일반부품국산화를 제안하고, 주관기업에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필요한 기술자료를 얻기 위해 체계기업에 문의했지만, 알려주지 않아 개발진도가 느려졌다.(여기서 포기하는 기업도 많다.) SE절차 수행을 위해 체계기업과 해당기관에 협조했지만, 비협조적이었다. 왜냐하면, 업체 자체 개발인 만큼 군 소요에 따른 개발이 아니기에 굳이 SE절차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개발이 완료되었지만, 해당 부품을 체계기업에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유는 현재 사전에 구매한 수입품 재고가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부품에 대한 신뢰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자체 투자를 하여 개발완료했지만, 사전에 충분한 체계기업과의 협의를 통한 개발이 아니어서 방산진입에 실패했다.

이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우리나라 방산구조에서 체계기업과의 대화 단절은 방산진입 실패 확률을 높인다.(전력지원체계 및 상용품은 다른 경우이다.) 따라서 국산화의 성공 여부는 체계기업과의 사전 협의를 통한 수요 발굴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일반부품국산화는 비교적 자유로운 제안이 가능하지만, 체계기업과의 연계 부족 시 사업 성과물이 사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체계기업과의 관계 형성이 없는 국산화는 채택 가능성이 낮다.


최저가 낙찰에 따른 납품 불가 사례

구매에 있어 다양한 입찰방식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낙찰자 결정에는 '최저가'가 가장 큰 작용을 한다. 군에서 요구한 성능만 충족된 상태라면 이후에는 무조건 최저가 입찰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가를 제시할 수 있는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기술력보다는 기업의 자본력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례) 창업기업인 A사는 창의적 기술을 통해 자체개발한 제품을 홍보하여 몇몇 군부대에 납품을 할 수 있었다. 호응이 좋아, 각 부대에서도 소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전시에도 참여하고, 점점 알려지면서 일부 따라 제작하는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대의 구매요구서의 요구조건에는 만족을 하지만, A사보다 가격을 낮게 부르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수지가 마이너스가 됨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A사는 더 낮은 금액으로는 기업 자체가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이상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

군의 요구사항에 '10m를 들어 올리는 기능'이 있다면, 이 기능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거기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든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든, 요구하는 다른 사항이 없다면 상관이 없다. 따라서 10m를 들어 올리는 기능을 가진 제품에 저가의 재료와 저가의 인건비가 투입되면 최저가 형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이 때문에 품질저하의 우려도 발생한다.) 또한, 업체 자체의 재정상태가 좋아 손해를 보면서 최저가를 부를 수도 있다. 이는 대부분 중견급 이상의 기업에서 우선 진입을 하고 후속물량을 노리는 전략적 노림수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는 중소기업은 이런 전략적 투자도 힘든 실정이다.


기술보다 자본이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구조가 중소기업을 탈락시킨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방산 진입을 꿈꾸며 비슷한 좌절을 겪는다. 그러나 그 실패는 더 이상 기업의 경험 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산에서의 실패는 종종 기업 내부에서조차 '경험'으로 미화될 수 있다.

“한 번 해봤으니 다음엔 잘하자”, “배운 게 있으니 언젠간 통할 거야.”
그러나 방산의 세계는 민간시장과는 다르다. 실패는 종종 회복이 불가능한 손실로 귀결되며, '배움'이 아니라 '포기'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경험이 아니라 진단을 통해, 실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더는 시행착오로 인해 누군가의 기술과 열정이 낭비되어선 안 된다.

방산중소진단에서 "진단한다."는 것은 단순한 문서화나 수치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어떤 사업이 진짜 기회이며, 어디에 위험이 숨어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며, 그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활동이다. 올바른 진단을 통해 방산진입 실패를 줄여 방산 생태계에 중소기업이 살아 숨 쉬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일이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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