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시장의 구조와 문제

by 김경태

우리나라 방산시장은 일반적인 민수시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시장은 수요자가 국가이며, 사실상 독점적 구매자라는 점에서 구매 구조가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다. 방위사업법 및 각종 규정에 따라 참여 기업의 범위도 제한되며, 방산시장은 철저히 폐쇄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방산시장이 이처럼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가장 큰 이유는 '군 소요'를 기반으로 한 획득 구조 때문이다. '군 소요'란, 획득 예산이 없는 군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에 무기 획득을 요청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처럼 획득은 철저히 군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며, 군이 소요를 제기하지 않은 무기나 기술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다. 최근에는 미래도전국방기술처럼 '선제적 기술개발' 방식도 존재하지만, 이 역시 궁극적으로 군 소요로 반영되지 않으면 획득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군은 어떤 방식으로 소요를 제기하는가. 대부분 해외 무기체계를 참고해 '검증된' 무기 소요를 제기한다. 예컨대 "해외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이 무기를 우리도 도입해 보자"는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수입해 적용하는 방식에 가깝다. 결국 군 소요는 '지금 있는 기술'에 집중되고, 그만큼 '세계 최초 기술 개발'의 여지는 좁아진다.


또한, 무기체계를 양산할 수 있는 권한은 체계기업(방산업체)에만 부여된다. 중소기업이 뛰어난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기술이 적용될 무기체계를 양산하는 체계기업이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예컨대, 어느 중소기업이 전차 장착 부품에 혁신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전차를 양산하는 체계기업이 해당 기술을 채택하지 않으면 실전 적용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체계기업을 거치지 않고는 중소기업 기술이 방산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이다.




결국, 우리나라 방산시장의 본질은 '군 소요 기반의 획득'과 '체계기업 중심의 양산'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병리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수직적 공급망 구조

한국 방산시장은 전형적인 수직 계층형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체계기업이 전차, 전투기, 군용 레이더 등의 핵심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그 하위에 수많은 부품·소재 기업이 협력사로 연결된다. 이 구조는 정보와 권한의 상위 집중을 초래하며, 중소기업은 체계기업의 요구에 종속된 하청 구조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기술력보다 체계기업과의 관계가 납품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2. 정부 주도 수요 독점

방산시장 내 모든 수요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라는 국가 주체를 통해서만 발생한다. 이 수요는 소요기획 → 획득계획(중기계획) 수립 → 사업기획 → 사업추진이라는 장기 절차를 거치며, 보통 군의 전력화까지 6~10년의 기간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업 예측 리스크는 극도로 커지며, 특히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3. 진입 장벽의 고착화

방산시장에는 기존 기업 중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으며, 신규 진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연평균 방산업체 신규 지정 수는 10개 내외에 불과하고, 무기체계 획득은 대부분 체계기업에서 재수주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혁신적 신규 기업의 진입과 순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실제로 방산진입을 안내해 주는 제도적 가이드나 상담 기능도 부재한 상황이다.


4. 중소기업의 종속적 지위

중소기업은 체계기업의 협력사 또는 하청으로서만 기능하며, 기술의 자율적 추진이나 의사결정 권한이 거의 없다. 국방 R&D에서 중소기업이 단독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비율은 전체 과제 중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의 과제는 체계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체계기업의 전략에 종속된 부품 또는 소재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5. 최저가 낙찰

방산시장에서는 제한경쟁 또는 수의계약이 다수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기술력보다 '최저가'가 선정의 핵심 기준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로 인해 원가 이하의 납품, 초기 적자 감수, 0원 입찰과 같은 기형적 구조가 반복된다. 이는 기술의 혁신성과 품질보다 '재정적 손실 감내 여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왜곡된 구조다. 따라서 최저가 낙찰은 기술력보다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


6. 폐쇄적 기술수용

국방과제의 평가 구조는 대부분 경험자(경력자) 중심의 실적 기반 평가이다. 이로 인해 과거 납품 실적이 없는 신생 기업은 기술력이 우수하더라도 선정 가능성이 낮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정부와 실무자의 책임 회피 문화, 민감한 안전성 이슈 등으로 인해, 방산에서는 항상 '검증된 민수기술'이 우선 적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방산기술이 민수기술보다 뒤처지는 현상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방산 생태계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저해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방기술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진입과 성장은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임에도, 현 구조는 이들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제도 탓이나 기업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와 기업 사이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병리 구조를 진단하고, 이를 진단-처방-교정의 모델로 해석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중소기업은 이 같은 시장구조 속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방산진입 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방산중소진단은 거대한 틀 속에서 작지만 분명한 틈새와 지름길을 찾아내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시장과 정책 양 측의 구조적 교정이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상태를 진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실행 가능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것이 방산중소진단의 첫걸음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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