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극

코스모스: 여명의 하코다테

by Kyuwan Kim

연극은 관객들을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5년 일본의 홋카이도 유바리탄광으로 안내한다. 영화로 잘 알려진 징용공들에 대한 또다른 고발인가 싶었는데, 광부들에는 조선과 일본의 인부가 뒤섞여 있다. 탄광을 탈출한 조선인 요한과 일본인 토모는 아오모리 술집에서 일하는 토모의 누이를 만나러 츠가루해협을 건너는데... 프로그램북을 보니 작가가 아오모리 역전 뒷골목 선술집에서 만난, '1940년대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일본인 할머니에게서 느꼈던 묘하게 뭉클한 인간애가 창작의 동기였던 듯 하다. 이 연극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전쟁 말기 미군의 공습을 코 앞에둔 보통의 인간들이 느꼈을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를 단촐한 소품과 배우의 사실적인 연기로 빼어나게 간접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작가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에서 출격을 앞둔 조선인 카미가제의 모습과 그 때의 비장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관객의 코앞에서 소름끼치게 재현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차별없이 공평하게 배분되는 전쟁의 부조리한 폭력과 야만성... 작가는 그 가운데에도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사람과 사람간의 인간적인 이해와 공감의 가능성을 실낱같이 열어 놓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