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때도 오늘

by Kyuwan Kim

생각해보면 역사상 그 어느 특별한 날도, 겪었던 사람 입장에서는 일상의 하루였을 것이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연극은 한국 현대사의 네 장면을 소환한다. 무대는 무심하게 뜬 달 하나와 이동식 두터운 칸막이 하나가 전부이고 장면 전환은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울리는 유재하의 귀에 익은 음악이다. 칸막이는 장면에 따라 감옥의 칸막이가 되었다가, 제주의 돌담이 되는가하면, 전방초소의 총기 거치대가 된다. 첫번 째 장면은 1920년대 경성의 감옥, 두 번 째 장면은 1940년대 제주도의 산간마을, 세번 째 장면은 1980년대 부산의 한 유치장, 네번 째 장면은 2020년대 가까운 미래의 최전방 초소다. 모든 역할은 두 명의 남자배우가 연기하고 자세한 배경설명은 생략되어 있지만, 등장인물들 간의 밀도있는 대화를 통해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연극은 설명하거나 교훈적이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각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과거를 다룬 세 개의 장면에 이어진 미래의 전방초소는 비록 군인들의 상상 속이지만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는 희미한 비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객석에 전달해서 적절하게 느껴졌다. 오의식, 이희준 두 배우는 시대와 장소에 따른 두 사람의 사투리(평안도, 제주도, 경상도, 충청도)를 구사하는데, 그저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그 지역정서까지 물씬 느끼게 할 만큼 자연스럽고 농익어 있어서 놀랐다. 최근에 본 창작극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2/20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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