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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Kyuwan Kim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종합병원엘 다녀왔다. 80이 넘으신 어머니가 시력이 희미해지는 황반변성이라는 난치병을 앓으시는 와중에 골다공증, 고지혈증으로 일 년에 두번 병원 정기 검진을 받으시는 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발열체크를 하고 긴장해 들어선 병원은 첫 단계부터 온갖 자동화기기를 거쳐야 했다. 번호표와 접수증을 뽑는 일이며, 처방전을 출력하고, 진료비를 계산하는 일, 주차정산에 이르기까지... 혼자 병원에 오셨을 때 가뜩이나 어두운 시력으로 쩔쩔매며 주변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구했을 어머니의 모습이 선했다. 진료 후, 약을 사려면 또 10~15분 가량을 병원 밖으로 걸어나가야 했기에 어머니를 병원에 기다리시게 하고, 혼자 약국으로 향했다. 근데 거기서도 또 번호표, 대기... 마침 그 날이 어머니 성함으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어 처방전에 적힌 어머니 주민번호를 보여주며 구입가능한지를 물었다. 그런데, 본인이 아닌 경우, 함께 이름이 올라있는 주민등록등본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결국 포기. ㅠㅠ ... 4차 산업혁명이니, AI니 하며 세상은 갈수록 편해진다는데, 노인들에게는 이래저래 점점 더 불편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물며 몸이 불편한 다른 장애인분들은 어떨까? 모쪼록 가뜩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큰 병원에 더 많은 '사람' 도우미들이 배치되면 좋겠다. 정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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