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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독서 ... 죄와 벌

by Kyuwan Kim

오래전 손에 들었다가 익숙해지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때문에 읽기를 포기했던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다 읽었다. 계몽주의, 공리주의, 사회주의를 포함한 새로운 자유주의적 사상을 배경으로 불온하게 출렁이던 19세기 중반 상트 뻬쩨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청년 지식인의 충격적인 범죄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한 달간 푹 빠져 지낸 셈인데, 러시아식 이름에 익숙해지기는 여전히 지난한 일이었지만 (라스꼴리니코프와 로지온 로마노비치와 로마니치와 로쟈, 로지까가 모두 한 사람 이름이라니!!), 인물과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작가의 글쓰기 방식과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끔찍한 죄를 대하는 주인공의 입장과 결국 모호하게 구원을 암시하는 작가의 결말에 뚜렷이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어떤 면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완독한 데서 오는 일말의 뿌듯함... 미래의 여행목록에 상트 뻬쩨르부르크를 올린다. 이 긴 고전소설을 읽은 나는 손톱 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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