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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파상에 대한 고백

by Kyuwan Kim

이런 곳에 극장이 있을까 싶은 을지로4가 스산한 뒷골목 건물 4층에 소극장이 있다. 이름하여 을지공간... 그곳에서 말년의 모파상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극이 공연되고 있다. 자연주의 계열의 단편소설의 장인으로 잘 알려진 모파상은 말년에 인간의 의식, 정신세계 등에 관해 흔히 '환상단편'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다수 발표해 이전과는 상반된 작가적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바로 그 시기를 다루고 있는 2인극이다. 모파상과 그를 찾아온 정신과의사를 남자배우 둘, 여자배우 둘이 각각 번갈아 공연한다. 19세기말 프랑스 작가의 정신에 대해 이 만큼 깊이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들였을 작가와 연출의 공력이 만만치 않다. 작년 서울연극제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모파상의 '오를라'라는 제목의 두 개의 단편을 읽고 간다면 쉽지않은 이야기의 깊이를 따라가는데 좋은 길잡이를 삼을 수 있겠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최고의 '예술'을 보여준 배우, 스탭들의 기량이 빛을 발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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