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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Sep 20. 2023

디케의 눈물

법학은 애초에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그저 반복적인 암기와 고시패스를 통해 한 사람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나 수단에 불과한 것인가? 권위주의 시대가 끝나고 모두가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과연 이 시대에 법의 의미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기본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장에서는 요동쳤던 지난 몇 년간의 정치상황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있다. 읽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법이 주먹같은 역할을 하는 시대’의 실상을 읽으면서 분노, 슬픔, 공포 등의 다양한 감정이 일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2장은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면서 법과 법치의 의미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저자는 ‘법치’, 즉 ‘법의 지배(rule of law)’는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가 아니며, ‘법치’가 ‘법을 이용한 지배’가 될 때 법은 법의 외피를 쓴 폭력이 된다고 말한다. 요즘은 법이 마치 강자의 이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법치’는 전제군주나 귀족의 자의적 ‘인치(rule of man)’를 배척하면서 등장한 진보적 개념임을 지적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3장은 검찰과 더불어 과두제의 또다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재벌과 만연한 배금주의 시대 풍조에 대한 성찰의 글들이 모여있다. 이는 ‘자유권’만큼 시민의 육아, 교육, 주택, 의료 등에 관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권’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로 이어지는데, 이런 맥락에서 복지국가 스웨덴의 기반을 닦은 북유럽 정치인과 더불어, 생전 ‘누구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한국의 진보정치인이 소환되기도 한다. 4장은 최근 세론에 오르락거리던 사회의 다양한 사건들을 토대로 저자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논의가 전개된다. 그 세상에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이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지기 위해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의해 억압된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와 ’호모 심비우스(협력하고 공생하는 인간)‘를 되살려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으로 이어진다.  

학교 다닐 때, 법학 개론조차 안들었을 정도로 법에는 관심도 없고, 문외한인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부디 직접 읽어 보시고 오늘의 우리 현실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주변과 나누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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