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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Sep 24. 2023

연극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라는 긴 제목의 연극이 극단 성북동비둘기에 의해 공연되고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무대의 흑판에 마치 오늘 수업의 차례, 혹은 논문의 목차처럼 서론, 가면의 사용, 경극의 영향, 역사화, 이화효과, 게스투스(사회적 몸짓), 자기소개 기법, 노의 영향, 서사적이란? 노래의 도입, 제사의 벽 사용, 막간극, 결론, 참고문헌이란 글이 단정하게 번호 붙여져 있지만 실제로 연극은 브레히트에 관해 거의 설명하지도 않고 그의 연극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목록에 나와있는 제목을 느슨하게 다양한 상황으로 보여줄 뿐인데, 코로나 시국의 풍경이 묘사되기도하고, 현시국의 예민한 쟁점들, 심지어는 80년대 역사의 한 장면이 소환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적 서사극 혹은 부조리극의 실험인가? 암튼 배우들은 이 모든 부조리한 장면들을 온몸으로 연기한다. 마치 브레히트가 이 시대에는 이런 연극을 했을거라는 듯이... 뚝섬역 근처 조용한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신들의 연극적 방법론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민간극단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자동차 정비소 2층에 자리잡은 개성넘지는 극장도 한 번은 방문해 볼 만 하다. 극단 이름은 '근대 도시화로부터 살아남은 성북동의 비둘기들처럼 동시대 연극의 상업화와 표준화의 물결에 맞서 연극성을 고취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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