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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지리들

by Kyuwan Kim

우리 모두는 어떤 원초적인 이야기의 일부이다. 그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읽히고 공연되는 이유일 것이다. 8년을 이어오고 있는 산울림 고전극장의 올해의 주제는 프랑스 고전문학이다. 그 첫 번 째 작품으로 극단 비밀기지 × 키르코스의 ‘모지리들’을 관람했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봄’, ‘달빛’, ‘두 친구’, ‘피에로’, ‘시몽의 아빠’ 다섯 편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는데, 각각 주제와 질감이 다른 작품들이었지만 19세기 프랑스인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원형적인 이야기의 힘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 재미는 비극과 희극의 순간이 절묘하게 결합된 예민한 깨달음의 순간에서 오는 것들이었는데, 전쟁 중에, 이전부터 친구와 즐겨 다니던 낚시터를 가기 위해 적진으로 향하던 두 친구의 어이없는 죽음을 다룬 ‘두 친구’와 아빠가 없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소년이 아빠를 갖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시몽의 아빠’가 인상적이었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수많은 배역을 바꿔가며 역할을 소화한 젊은 배우들의 상상력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이어질 조르주 상드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길지 않은 단편들이니 만큼 공연 관람 전후에 소설을 찾아 읽는다면, 이야기 전달 매체로서 소설과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서로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월 21일까지 산울림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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