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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Jan 28. 2024

연극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원작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무대. 산티아고 노인과 소년, 2명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소년은 노인의 상황을 설명하기도하고, 노인과 대화하기도 하면서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해설자의 역할을 한다. 극장에 들어가면 크지않은 자그마한 배 한 척이 중앙에 놓여있는 게 무대의 전부다.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무대뒤의 배경막에 광대한 카리브해가 매혹적으로 펼쳐지는데... 소위 '세계 최초의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연극'! 배경막은 바다의 낮과밤, 무수한 별들, 무심한 보름달을 보여주다 어느 순간에 돌고래와 청새치, 상어들의 무대가 된다. 무대에서 디지털기술로 한바다의 리얼리티를 이정도로 구현한 것만으로도 연극은 70분간의 충분한 볼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지만, 자연이 부여한 역경에는 절대로 굴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노인의 단단한 의지와 철학도 감동적이었다. 책으로 읽을 때 잘 와닿지 않았던 부분이 이런 거였구나! 멀티 캐스팅인데 내가 본 회차에서는 이황의, 황경태 배우의 조합이었다. 땀 범벅이 되어가며 혼자서 줄곧 무대를 장악하여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에게도 큰 박수를!! 몇 십초면 두 시간 짜리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이 편리한 시대에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연극이 어떻게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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